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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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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90년대 초 미국과 멕시코가 참치 탓에 다툼을 벌였다. 미국 의회가 참치잡이 그물에 돌고래가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해양포유류보호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참치를 수출하려면 돌고래 보호 규정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했다. 멕시코는 무역장벽이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위원회는 멕시코 손을 들어 줬다. 대신 돌고래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잡은 참치 제품에는 ‘돌고래 안전마크’를 붙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돌고래의 희생은 크게 줄었다.

참치라고 하는 바닷물고기는 한 종류가 아니다. 참다랑어·눈다랑어·황다랑어 같은 20여 종이 참치류에 포함된다. 참다랑어도 북반구의 북방 참다랑어와 남반구의 남방 참다랑어로 나뉜다. 북대서양 참다랑어는 몸길이 3m, 몸무게 560㎏까지도 자란다.

전 세계 바다에서 잡아 올리는 참치는 연간 400만t이 넘고 일본이 전체 어획량의 4분의 1을 소비한다. 한국도 연간 25만~30만t을 먹는다. 회나 초밥 재료로 인기가 높은 참다랑어·눈다랑어만 해도 일본은 연간 48만t을, 미국이 3만~5만t을 먹어 치운다. 3위인 한국의 소비량도 1만5000~2만t이다.

참치 속의 오메가-3 지방산은 심장병을, 셀레늄은 대장암을 예방해 준다. 웰빙 바람을 타고 늘어나는 참치 수요는 남획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5년 내 참다랑어가 멸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원이 고갈되면서 일본에서는 참다랑어 한 마리 값이 소형차 한 대 값인 800만~900만원까지 치솟았다. 초밥 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 바람에 참치 양식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70년대 후반부터 연근해에서 잡은 어린 참다랑어를 해상 가두리에서 3∼5년간 사육한 다음 시장에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남 통영시가 참치 양식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치어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와 함께 사료용으로 다른 물고기를 남획해야 하는 악순환도 걱정된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판매되는 참치 초밥에서 해로운 중금속인 수은이 다량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참다랑어 초밥 대부분은 1주일에 여섯 조각만 먹어도 환경청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영국 식품표준국에서는 이미 임신 여성에 대해 참치를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맛있다고 너무 많이 먹는다면 생태계는 물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참치가 인류에게 경고하는 것만 같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