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일본차 … 3000만원대로 한국 중산층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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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산 자동차가 일본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자동차는 거침없이 국내에서 질주하고 있다. 일본 차는 엔진 소음이 적고 핸들링도 부드러운 데다 잔 고장이 없다는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퍼지면서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특히 2000만∼3000만원대의 차까지 나와 외제 차에 부담을 느꼈던 중산층들도 일본 차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고작 122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차종의 보증기간을 10년·10만㎞로 늘려 일본 시장 잡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판매량이 되레 줄었다. 전년보다도 무려 25%나 줄었다. 최고 실적이었던 2004년(2524대)에 비해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도요타·혼다·닛산에 대한 일본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은 데 비해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낮아 시장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차는 왜 강한가=일본 차는 배달도 빠르다. 인천항 또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5∼16시간. 어떤 모델을 사도 1주일 이내 집 앞에 배달이 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배달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애프터서비스 면에서 다른 외국 자동차 업체보다 나은 편이다. 보수용 부품이 그날 그날 올라오고 기술전문가가 당일 출장도 한다. 부품수리비도 다른 외국산에 비해 저렴하다. 유럽 차의 경우 에어필터와 공임을 합해 10만원 이상이 들지만 혼다 신형 어코드의 경우 7만5000원이다.

이처럼 품질과 서비스에서 우위를 점한 일본 자동차는 지난해 수입 차의 33%를 차지했다. 2006년(30%)에 비해 3%포인트 늘었다. 국내 상륙 6년 만에 수입 차 점유율을 세 배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지난해 가장 팔린 수입 차 10걸 가운데 1위에 오른 혼다 CRV(3861대)를 비롯해 6개 차종이 일본 차였다.

닛산 ‘큐브’

◇커지는 현대차의 고민=일본 업체가 국내 자동차 업체 수준의 애프터서비스망을 갖추면 그 폭발력은 엄청날 것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일본 차 등 외국 차를 겨냥한 대항마다. 그러나 중저가 일본 대중차의 수입이 확대된다면 현대차의 일본 차 저지 전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국내 진출을 미뤘던 미쓰비시와 닛산이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이어서 현대는 여러 일본 차 업체와 싸워야 할 처지다. 미쓰비시는 대우차판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올 9월부터 국내 판매에 나선다. 닛산자동차도 10월께 들어온다. 중·대형차 시장에서 현대에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요타는 내년께 대중차 출시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렉서스 돌풍을 업고 대중차로 전선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물론 현대차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모델에 새 기술을 장착하고 수입 차로 이탈 가능한 고객을 대상으로 판촉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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