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화장품판매 여성 전유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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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메리 케이 화장품社는 별로 밝히고 싶지않은 아름다움의 비결을갖고 있다.바로 남성이다.
여성에 의해,여성을 위해 설립된 이 화장품회사는 여성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열심이다.명함이건 업무용 캐딜락이건 온통 핑크색 일색이다.여성들에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준다는 이 회사의목표는 과거 32년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앨런 크릴로프는 어떻게 이 회사에서 잘 나가고 있을까. 크릴로프는 10년 전까지만해도 여자화장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진짜 남자였다.오늘날 그는 루이지애나주 8백명 여성의 얼굴을 관리하며 전에 회계사로 일할 때 벌었던 3만6천달러의 두배를 받는다.
지난 93년 크릴로프는 대부분이 여성인 27만5천명의 동료직원을 제치고 이 회사 최초의 판매왕이 됐다.
메리 케이처럼 폐쇄적인 세계에서 남자들이 견디기는 쉽지 않다.남자들은 대개 화장품을 직접 써본 경험이 없다.남자직원들은 친구들의 놀림이나 시기심 많은 남편들과 힘겹게 상대해야 한다.
또 회사의 정책도 문제가 될 수 있다.판매실적표에 「그녀」라고써 있다거나 이 회사의 30주년기념행사를 위해 핑크색 양복을 입도록 요구받기도 했다.
잘생긴 소년같은 외모를 가진 42세의 크릴로프는 고객들에게 화장품이외에 감성적인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이같은 난관을 극복했다. 『그는 여성들이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한다』고 오랜고객인 주디 퍼셀은 말한다.
메리 케이의 영업사원들은 잠재고객의 집을 방문해 주변의 친구들까지 불러 모아 상품에 대한 시범을 보인다.이런 자리에서 크릴로프의 기술은 환상적이다.
크릴로프는 자신의 월급이 자기가 세무문제를 처리해주는 메리 케이의 여성들에 비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는 15년경력의 회계사직업을 때려치웠다.
그는 화장품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배우기 위해 화장법을 담은 비디오와 교재를 보면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메리 케이의 다른 남자직원들이 자기부인의 얼굴에 화장연습을 하는데 비해 독신인 크릴로프는 종이에다 몇번이고 칠하는 연습을 했 다.그는 피부관리강좌에서 실수할까 두려워 반복해 써 보는 방법으로 메리 케이의 설명서를 외웠다.
그러나 크릴로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화장기술이 아니라 최대한의 친절을 다하는 자세덕분이다.그는 고객에게 주려고직접 빵을 굽기도하고 고객의 남편이나 자녀에게 생일축하카드를 보내기도 한다.또 고객의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크릴로프는 메리 케이의 후배 남자직원들을 위해 벽을 깼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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