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입학, 이렇게 준비했다 - '이유있는 실적' 여투어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이 초·중·고·대학 통틀어 10만 명을 돌파했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의 누적 졸업생만도 1만~1만5000명에 달하리란 추산이다. 미국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을 성적 순으로 뽑지 않는다. 학부성적·과외활동·에세이·인터뷰·SAT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SAT 만점에 각종 특별활동 및 봉사 수상 경력이 있어도 불합격이 다반사다. 졸업 후 학교 명예를 높이고 기부금도 낼 수 있는, 즉 글로벌 지도자로 성장할 자질이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 현지 학생들도 입학하기 어려운 명문 대학의 수시 모집에서 합격한 손우성(19·민사고 3)군과 이승은(19·외대부속외고 3)양을 만나 비결을 물었다.

희망학과에 걸맞은 과외활동 꾸준히
리더십 및 학교 빛낼 역량 높이 평가


손우성
펜실베이니아대 정경학과
SAT
2300점
CBT 293점
AP 미국정치학·비교정치학 등 12과목

-아이비리그인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합격했는데 소감은
“나보다 어머니께서 더 좋아하셨다. 외동아들이라 기대도 크셨을 텐데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 더욱 기분 좋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대도시에 가까워 학업 환경이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크다.” 
 
-미국 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 미국의 친척 집에 다녀왔던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가까운 친척 대부분이 미국 이민을 가 있어 외려 미국에서 혈육의 정을 느꼈다. 그 때 미국에서 학교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계속 이어져 미국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합격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경학과에 합격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많은 관심이 있어 꾸준히 경험을 쌓았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고1때 미국에서 열린 GYLC(Global Youth Leadership Conference)나 백악관에서 열린 Presidential Classroom에 참가해 현직 상원의원도 만나고 50개국의 학생들과 교류를 가지며 리더십을 키운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이후로도 이런 회의에 계속 참가했는데 지난해 10월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주관한 한국모의국제회의 (Korea International Model Congress:KIMC) 부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하면서 쌓은 경험도 도움이 컸다.”
 
-영어공부는 어떻게 했었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년 반 동안 뉴욕의 현지인 학교에 다녔다. 한국인이 전혀 없는 학교였는데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영어 실력에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후 한국 돌아와 실력 유지하기 위해 미국 방송, 애니메이션을 보고 라디오나 팝송도 많이 들었다.” 

-하루에 평균 몇 시간 정도 공부했나
“고3때는 정규 수업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그 이외 시간 중 평균 7~8시간씩 공부했다. 중하위권 성적으로 민사고에 합격했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다. 그래서 2학년 때까지는 잠자는 3~4시간 빼고는 계속 공부만 했던 것 같다.”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나
“기타를 치거나 농구를 하면서 풀곤 했다. 학교에서 맘 맞는 친구들끼리 밴드를 조직했는데 리드 기타 겸 보컬을 맡았다. 학교 페스티벌에 청심국제고, 대원외고 친구들을 불러 공연도 했다.” 
-입학 사정에 과외활동도 중요한 요소일텐데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여기서 전국 규모의 청소년 대회를 운영해보기도 했다. 또 학내에서는 총학생회 선거도 치렀고 학생 법정 등 자치와 관련된 명예위원을 지냈다. 정치학과를 지망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과외활동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남들 앞에 서서 얘기하기 좋아하는 내 성격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미국 내에 수많은 한국인이 모여 살지만 그들의 이익을 앞장서서 대변하는 사람이 부족하다. 그분들의 사회적 권익보호에 앞장서는 올바른 정치인이 되고 싶다. 한국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데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현재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버락 오바마를 좋아한다. 나처럼 소수 이민자의 신분으로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해 크게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젊은 나이에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어내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후회스런 일을 한 적은 없었나
“중학교 때 이유 없이 방황을 한 적이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좋지 않은 일도 많이 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눈물을 보이셨다. 그 눈물을 보고 마음을 잡았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부끄럽다.”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평소에 아이비리그에 왜 가야하는지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학교마다 특성이 달라 원서 쓸 때 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맹목적인 유학이라면 실패확률이 높다.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과외활동 등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공부만 잘해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 아이비리그다.”


이승은
노스웨스턴대 음악심리학과
SAT
2100점
CBT 277점
AP 미적분·심리학 등 6과목

-합격을 축하한다. 쉽지 않았을 텐데 소감은 
“사실 점수가 낮아서 반신반의했다. 정말 꼭 가고 싶은 학과였기 때문에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인 음악과 심리학을 한꺼번에 그것도 전문화된 교육기관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정말 행복하다.” 
 
-언제 처음 유학을 생각했는가
“초등학교 5년 간을 영국에서 보냈다. 그리고 한국으로 와서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다. 한국어도 서툴고 수업방식도 따라가기 힘들어서 대학만큼은 다시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점수가 낮다고 답했는데 어떻게 합격했다고 생각하는가
“비록 서류전형에 제출한 점수는 낮았지만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준비를 했던 게 통한 것 같다. 한 때 예술계통을 전공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연주를 좋아했다.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했는데 음악 못지않게 인간의 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레 심리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음악심리에 대한 논문을 스스로 쓰기도 하면서 준비했다.”
 
-준비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고교에 입학하면서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는데 그 곳에서 글쓰는 법을 많이 배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실제 음악심리에 관한 기사를 쓴 경험도 있다. 지난해에는 중앙일보 발행 영어신문인 중앙데일리의 대학생 인턴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음악심리에 대한 논문도 그맘때쯤 쓴 것으로 기억한다. 또 양로원 등에서 음악 봉사활동한 경력도 많이 인정된 것 같다.” 
 
-공부할 때 습관이 있다면
“절대 시간낭비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도 책상에 계속 앉아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난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밖으로 나와 좋아하는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쇼핑을 한 후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에 집중했다. 심지어는 시험공부 하다가도 쇼핑하러 간 적도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단점도 있을 텐데
“뭐든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사실 기숙사 생활이 힘들었다. 꽉 짜여진 생활에 도움을 받은 점도 분명 있었지만 답답한 점이 많았다. 그리고 잠이 많아서 힘들었다. 수업 중에 졸면 얼마나 자책감에 시달렸는지 모른다. 그 스트레스를 거의 대부분 피아노나 쇼핑으로 풀었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과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특이하게도 수학을 좋아한다. 음악과 수학은 연관성이 아주 많은 것 같다. 많은 분야 중 미·적분을 특히 좋아한다. 수많은 풀이방식이 있다는 게 매력이다. 고교 3년 내내 나를 힘들게 한 과목은 바로 국사다. 외울게 너무 많고 한자어로 된 용어가 너무 어려웠다. 어휘력이 기본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엔 TV사극을 보며 역사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좌우명이 있다면
“‘나답게 살자’다. 다른 사람 흉내 내지 않고 나만의 개성을 잘 살려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임감 있고 남들 앞에 자신 있는 내가 될 것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아직 음악심리학에 대해 인지도가 많이 낮은데, 대학원까지 미국에서 진학해 공부할 계획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음악심리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밝혀내고 싶다.” 
 
-유학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영어 실력 향상이 급할 텐데 반드시 공부를 책으로 하라는 법 없다. 영어 신문을 많이 읽으면 도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대학은 웬만한 실력을 갖추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이나 학교를 빛낼 수 있는 다른 역량을 찾는다. 그에 어필하려면 전공 관련 분야에 대해 꾸준한 성과를 내야 한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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