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감기’에 코스피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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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30일 아시아 증시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한국시간 이날 새벽 시작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전날 밤 뉴욕 증시가 올랐기 때문이었다. 미 하원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1500억 달러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킨 것도 호재였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산발적으로 터진 중국 관련 악재가 코스피지수를 강타하자 아시아 증시 전체가 동반 급락했다. 여기에다 FOMC의 금리 인하 효과를 확신하지 못한 기관투자가가 중국 관련주의 팔자에 가세하면서 코스피지수는 힘없이 1600선 아래로 밀렸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허필석 주식운용본부장은 “30일 주가 급락은 외국인보다 국내 기관의 중국 관련주 팔자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쏟아진 악재=중국 정부가 29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8%로 잡았다고 밝힌 게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11.4%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사실상 긴축 정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확산했다. 남부 지방 폭설로 생활필수품 값이 급등한 것도 긴축 정책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해운 운임 급락으로 이어졌다. 중국 경기가 식으면 배로 나를 물동량이 줄어들 거란 예상 때문이었다.

그러자 외국계 증권사가 한국 조선회사의 실적을 어둡게 보는 보고서를 잇따라 냈다. UBS증권이 국내 조선주의 투자등급과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춘 데 이어 매쿼리도 조선주의 업황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70%나 내린 1만9000원으로,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도 62%나 내린 23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악재가 겹치자 국내 증시에 조선주 매물이 홍수를 이뤘고 코스피지수는 급락했다. 마침 중화권 증시에선 중국 2위 보험사인 핑안보험이 자금난에 처했다는 소문이 퍼져 홍콩 증시를 급락세로 돌려놓았다.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하자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희석됐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30일 오후 주가가 급락한 것은 미국이 금리를 낮춰봐야 약발이 신통치 않을 거라는 실망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련주 대세 끝났나=이날 중국 관련주를 쏟아낸 곳은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 기관이었다. 중국 수혜를 많이 본 철강·화학 업종은 기관이 팔았을 뿐 외국인은 오히려 순매수했다. 기계와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도 외국인 매도 물량은 미미했다. 특히 투신은 기계·화학 업종을, 연기금은 철강·조선 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그동안 중국 관련주를 붙들고 있던 기관이 포트폴리오 교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조선주를 비롯한 중국 관련주가 실적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반론도 강하게 일고 있다. 키움증권 이영민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가 이미 4~5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고 올해 실적이 갑자기 나빠질 이유도 없는데 주가가 반토막 난 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31일부터 나올 조선사 실적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 공세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을 때가 매수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정경민·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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