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선배들이 말하는 고3 수험생활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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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량은 능력보다 10% 높게
취약과목 예·복습은 교과서보다 깊게

새학기가 1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남은 1년, 수험생들에겐 금쪽 같은 시간이다. 어떻게 보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자신의 진로와 학습습관을 바로잡아줄 길라잡이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신입생들의 진로상담을 해주고 있는 멘토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의 ‘수험생 1년’은 어땠을까. 서울대에 합격하기까지 쌓아온 자신만의 학습노하우 및 멘토로 활동하면서 느낀 학과선택의 중요성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학습 계획 - 최대한 구체적으로… 밀린 공부는 주말에 하라
최수련(23·여·교육학과 3) 씨는 스스로를 '계획주의자'라고 평한다. 겨울방학동안 수능 D-300일 계획부터 세웠다. 주중(월~금) 학습계획 캘린더에 300일동안 언제 어떤 과목, 어느 단원을 개념정리하고, 어떤 문제집을 얼마만큼 풀지 빼곡히 적었다. 서점을 돌며 과목당 10여 권의 문제집을 골라 고난도와 중·저난도로 구분해 D-200일까지는 고난도 문제집을 풀면서 개념정립을, D-100일까지는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을 포함해 중간 난이도의 문제집으로 실전에 대비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후 수능 당일까지 과목별 요약노트를 정리하며,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쉬운 문제집을 풀기로 했다.

최씨는 “연간계획은 자신의 능력보다 10% 많게, 최대한 자세히 짜야 한다”며 “주중에 못한 부분은 주말에 메워나가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지켜나가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놓는 원종태(26·산림환경학과 3) 씨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주일에 1번 배달되는 학습지 2개를 봤다. ‘적어도 학습지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에서다. 그는 “스스로 계획 세우는 것이 어려운 학생이라면 학습지 등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습·복습 - '서바이벌'식 예습으로 승부욕 자극
권혁성(25·화학생물공학부 4) 씨는 고3 첫 모의고사에서 300점 초반대의 점수를 맞았다. 서울대는 꿈도 못꿀 점수였다.
“학교수업 내용만 잘 쫓아가면 점수는 자연스레 올라간다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대책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권씨는 즉시 공부방법을 바꿨다. 쉬는 시간 동안 다음 시간에 배울 과목 문제집을 미리 풀고, 수업 때는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모르는 부분만 다시 들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혼자 다른 문제집 1권을 더 풀었다.
권씨는 “예습을 하면 자신의 취약부분을 파악할 수 있고, 모르는 부분을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도 는다”고 말했다.

장하연(22·여·언어학과 3) 씨는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서바이벌식’ 예습을 했다. 고3 때 자정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했던 장씨는 스터디그룹 친구 5명과 함께 매일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 다음날 배울 사회탐구 과목 내용을 암기했다. 이후 30분 동안은 친구들과 서로 암기한 내용을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했다.
그는 “간식내기나 책가방 들어주기 등의 벌칙을 정해두고, 일정 분량의 내용을 암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습도 되고 승부욕까지 생겨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며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으면 40%가 남고, 예습한 뒤 수업에 임하면 80%가 남는다”고 말했다.

학과 선택 - 전공이 평생 좌우…적성 고려해야
권씨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과학이 좋아 자연계를 선택했고, 3학년 시절 인고(?)의 노력 끝에 수능점수를 60점 이상 끌어올려 서울대 공과대학에 합격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 보니 자신의 희망분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경제학과로 전과하고 싶었지만 ‘학점이 좋아야 전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과공부를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권씨는 결국 4학년을 마치고 난 지금에서야 경제학도로서의 또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신입생들의 멘토가 되기를 자청한 것도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1년동안 신입생들의 진로상담을 하면서 ‘학과선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들은 “지원학과를 선택하기 전에 그 학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라”고 조언한다.

최씨는 “직접 해당 학과에 다니는 선배들을 찾아가 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합격수기나 지망학과 출신이 쓴 자서전 등을 참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원씨도 “고3이 되면 사실상 진로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이과를 정하는 시기 때까지 사회전반에 관한 책을 최대한 많이 읽어 간접경험을 쌓아두는 게 좋다”며 “학과 선택에 따라 인생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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