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엔高를 기회로 가꿔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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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美國)달러貨의 폭락,일본(日本)엔貨의 초강세(超强勢)행진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다.3개월정도 걸릴 것으로 예측됐던 심리적 저항선(抵抗線)인 달러당 90엔線도 무너지고 말았다.국내의 민간.국책(國策)경제연구소들은 현재와 같은 엔화의 급등현상은 2분기중에 진정될 것이지만 90엔선의 엔高현상은 앞으로 5년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貨의 속등(續騰)이 우리경제 전반에는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이들 연구기관은 분석하고 있다.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자동차.조선.반도체.철강등우리의 주력상품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되는 반면 대일(對日)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반기계류와 경공업제품등은 상대적으로 비용상승압력이 커져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종합상사등 국내 기업들은 엔高에 따른 손익계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수출기반을 확충하는등 중.단기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엔高대책과 관련,우리는 80년대말의 엔高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가격의 이점만 챙기지 말고 중.장기적 안목에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격경쟁만으로는 선진국시장에서 곧 한계에 부닥칠뿐 아니라 동남아 각국과의 경쟁에서 우위(優位)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의 예측대로 엔高현상이 향후 5년간 지속된다면우리의 산업구조를 전면 재편,경제기반을 확충하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가격경쟁력중심에서 기술경쟁력체제로 산업구조가 재편돼야 한다.항상 최고의 품질로,최고의 시장점유율 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만 요즘과 같은 국제금융위기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엔高의 장기화로 일본기업은 앞으로 투자 메리트가 높은 동남아각국에 대한 투자와 기술이전을 촉진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한국을 기피했던 이들을 국내에 적극 유치,기계류등 우리의 낙후된 기술분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사실 일본기업들은 80년대말의 엔高때와는 달리 해외투자여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경기침체로 경영상태가 많이악화됐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들은 아세안등지에 이미 확보해 놓은생산거점의 확충에 주력할 가능성 이 높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일본기업들이 한국에 기꺼이 투자할 수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정부.기업 다같이 엔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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