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造林보다 育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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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식목일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부터 기념일로 지정.운영되고있다.그러나 육림(育林)의 날은 그보다 훨씬 후인 1977년11월 첫째주 토요일로 정해졌다.
나무를 심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쓸모있는 재목으로 키워낼 수 없다.
이따금 조림보다 육림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점은 비단 나무만이 아니다.
도로.교량.철도 등 각종 구조물도 새로 건설하는 것 못지않게기왕에 만들어져 있는 시설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유지.보수하면서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성수대교 사건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다.
사람의 경우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인재를 키우자면 10년,20년 또는 그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그런데 이렇게 힘들여 길러낸 인재들이 과연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세계를 제패한 고급인력이 그분야를떠나는 예가 종종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지난 1977년 이후 줄곧 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해온우리나라가 아직도 각 분야의 기술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고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40대 사망률이 세계 최고라는 것도 그렇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경험을 살려 한창 일할 나이에 과로로 쓰러지고 있으니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얼마나 큰 손실인가.실업통계를 들여다보면 학력이 높을수록 실업률도 높다.
어렵게 대학교육까지 받은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놀고 있다면 이또한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조림보다 육림이 중요하듯이 사람을 키우는 데서 나아가 키운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데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막대한 시간.돈을 투자해 키워놓은 사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자원 낭비가 심한 일인가.
〈재경원 예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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