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부잣집""아들의 여자""이여자.." 인기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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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인기있는 드라마PD가 되려면 잡다한 가정 얘기를 과대포장한드라마를 만들어라」-.
최근 방송가에서 이심전심으로 유행되고있는 화두다.
KBS『딸부잣집』,MBC『아들의 여자』,SBS『이 여자가 사는 법』등 가정문제 및 가족간 불화를 다룬 세 드라마가 SBS『모래시계』의 화려한 은퇴 이후 주간시청률 1,2,3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제작비가 소요되는 대작이 아니라면 차라리 가정내 갈등과 불화,애증등 통속적 주제를 여러겹으로 꼬아 확대재생산 해내야 높은 시청률을 확보할수 있다는 셈이 된다.
이 세 드라마의 공통적 특징은 가정드라마의 통속적 주제를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과장된 행동 및 언어,상식적 인간관계를 무시하는 파격적 상황 설정등 충격요법을 사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세 여고동창생의 삶이 기본주제인 『이 여자…』는 친구가 시어머니가 되고 또 다른 친구는 남편의 애인으로 밝혀지는등 현실감및 개연성이 떨어지는 충격적인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아들의 여자』 역시 어머니의 반대로 동생과 결혼하지 못한 여인이 형과 결혼한뒤 시어머니에게 복수,결국 집안을 파멸로 이끌고 만다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상황으로 설정돼 있다.
앞의 두 드라마보다는 덜하지만 『딸부잣집』 또한 국제결혼으로파생되는 여러가지 해프닝,출생비밀을 안고있는 재벌2세와의 사랑등 다분히 작위적인 줄거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있는 이유에 대해 방송관계자들은 『시청자들이 자신이 직면한 현실과 거리가 있는 상황을 보면서 간접경험을 통한 대리만족을 얻는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많은 여성들(TV의 주시청층인)의 마음속에 내재한 남편의 외도에 대한 잠재적 두려움,고부간의 갈등,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기대심리등이 통쾌하게 해결되고 있어 그들을 시청자로 확보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방송사의 중견PD는 『삶에 대한 진실된 접근방법을 그리는드라마를 만들고 싶어도 상부 주문이 요즘 인기를 끌고있는 과장된 코믹터치 드라마류여서 애로가 많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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