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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귀를 막고 괴로워하던 지은,눈 빛을 번뜩이며 아기를 본다.
아기는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지은,갑자기 담요를 들어 아기의얼굴에 씌운다.담요를 들썩이며 바둥거리는 아기! 곧 잠잠해진다.지은,아기의 옷을 벗기고 구석구석 닦아 준다.
과도로 손목을 긋고 아기의 곁에 눕는 지은! 평온한 표정이다.이때 명랑한 표정으로 민우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민우,피를 흘리고 누워 있는 지은을 보고 깜짝 놀라 지은의 손목을 지혈한다.그러나 곧 파랗게 질린 채 눈을 부릅뜨고 누워 있는 아기를발견하고 기겁해 아기를 인공호흡시킨다.그러나 나무토막같이 꼿꼿하게 굳어 있는 아기.민우,비통하게 지은을 바라보다가 과도로 손목을 긋는다.놀라 달려드는 지은! 『어떻게 당신 혼자만 죽을수 있어요.저도 함께 죽여줘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버려!』쥐어짜듯 저주섞인 목소리가 민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지은이 멍하니 민우를 바라보다가 베란다로 뛰어간다.민우는 깜짝 놀라 쫓아가나 어느새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허공을 나는 지은! 민우,경악해서 내려다본다.손목을 쥔 손가락 사이로 흘 러내리는 붉은피!〕 민우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꿈이다.주위에는 어두운적막만이 가득했다.민우는 주먹으로 다다미 바닥을 힘껏 내리쳤다.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언제까지 이런 꿈에 시달려야 한단 말인가? 이 악몽을 반복해서 꾼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5년전꿈에 나타난 것과 똑같은 상황을 현실에서 맞은 후 이 악몽은 반복해서 민우의 밤을 지배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disorder) 강간이나 고문같은,보통 정도로 생각될 수 있는 인간 경험의 범위를 훨씬 넘는 심리적인 충격을 당했을 때 초래되는 노이로제다.
악몽이나 반복되는 꿈,그 당시의 기억이나 회상등이 반복해서 떠오르며 초기 6개월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만성화 과정을 밟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겨우 살아난 유대인들이 일생동안 그때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만성화 때문이다.
민우 또한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때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현실에서 지은과 아기에 대한 기억을 잊을만하면 어김없이악몽은 민우의 밤을 헤집고 나타났다.
민우는 방문을 열고 베란다로 걸어갔다.
베란다 아래로는 조그만 강물이 소 리없이 흐르고 있었다.
주변은 사람하나 없이 조용했다.
쓰미요시! 동경 변두리에 위치한 조용한 도시다.
민우는 지금 휴가를 내 일본에 파견 근무중인 죽마고우의 아파트에 묵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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