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57일 만에 ‘최고위원 정몽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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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이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부인 김영명 여사와 나란히 서서 울산에서 올라온 지역구 주민들의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정몽준 의원이 29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합의 추대 방식으로 뽑혔다. 지난해 12월 3일 입당한 지 57일 만이다. 그는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게 과분한 자리를 맡겨 주셨다”며 머리를 숙였다.

정 의원은 대선 과정을 거치며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그룹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 막판에 ‘이명박 지지 선언’을 한 뒤 TV 찬조연설 등으로 분주하게 뛰었다. 이런 과정에서 이 당선인이 정 의원의 향후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정 의원은 최고위원 선출에 앞서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방미 활동을 보고했다. 특히 이날 보고는 이상득 일본특사, 박근혜 중국특사와 달리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래서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다른 특사와 달리 비공개 보고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 의원의 달라진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기업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정 의원이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 코드’와 통한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직 수락 연설에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도록 돕는 건 어렵지만 즐거운 숙제”라며 “진보든 보수든 모두 필요하므로 논쟁으로 시간 허비하지 말고 어떻게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떠오르면서 4월 총선과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그가 최고위원에 선출된 것 자체를 ‘차기 대선 경쟁’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내에선 차기 대선 구도가 ‘박근혜 독주 체제’에서 ‘박근혜-정몽준 경쟁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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