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피부색이 검다고? 그게 어때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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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까만 얼굴의 루비
루비 브리지스 글, 오정택 그림, 고은광순 옮김,
웅진주니어, 75쪽, 8000원, 초등 3학년 이상

바람의 눈이 되어
떼레사 까르데나스 글, 하정임 옮김, 다른, 164쪽,
1만원, 초등 고학년 이상

두 권 모두 흑인 문제를 앞세워 인권의 가치를 전하는 책이다. 미국의 흑백 분리교육(『까만 얼굴의 루비』)과 쿠바의 노예제도(『바람의 눈이 되어』) 등 생생한 역사 현장을 보여주며 ‘사람’의 문제를 풀어냈다. 마침 올해는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지 꼭 60년이 되는 해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인종·피부색·성·언어·종교·재산·출생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아직도 인종·종교·문화의 편견이 엄연히 존재하는 게 현실 아닌가.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인종차별’이 새삼 사회 현안으로 불거진 우리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일은 여느 때보다 절실하다.

『까만 얼굴의 루비』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흑인으론 처음 입학했던 소녀 루비 브리지스의 실제 이야기다. 60년 여섯 살 소녀 루비는 백인만이 다녔던 윌리엄 프란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54년 미국 대법원이 흑백 분리교육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 6년이 지나서였다. 통합교육의 길은 험난했다. 집에서부터 찬반이 엇갈렸다.

“아빠는 흑백 통합학교를 전혀 좋아하지 않으셨다. 50년대 초반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빠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전쟁터에서조차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 하지만 엄마 생각은 달랐다. 내가 최상의 교육을 받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며 끝내 아빠를 설득했다.”(23쪽)

루비는 보안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등교한다. “통합 결사 반대”를 외치는 백인 시위대의 위협 때문이었다. 백인들은 관에 담긴 흑인 인형을 들고 “검둥이는 집에 가라”고 외쳐댔다. 또 루비의 아빠는 루비가 통합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직장인 자동차 정비소에서 해고됐다. 도처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역사의 진행 방향은 ‘발전’ 쪽이었다. 백인 교사 바버라 헨리와 아동 심리학자 로버트 콜즈 등의 도움에 힘입어 루비는 악몽과 거식증을 이겨냈고, 백인 시위대의 숫자도 점차 줄어들었다.

쿠바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작가 떼레사 까르데나스의 소설 『바람의 눈이 되어』에서는 사탕수수 농장의 늙은 흑인노예 뻬르로 비에호가 주인공이다. 쿠바를 통치한 스페인인은 사탕수수를 재배하는데 체력이 약한 원주민 인디오만으로는 부족하자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수입했다. 노예의 삶은 “삶 자체가 지옥”이었다.

비에호 역시 칠십 평생 고된 노동과 백인 농장주들의 채찍질과 욕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유를 꿈꿀 용기조차 없었다. 주인에게서 도망친 아이사라는 어린 노예가 자기 집으로 숨어들자 “네가 여기서 발각되면 너하고 나, 둘 다 죽어. 어서 썩 나가지 못해!”라며 벌벌 떤다. 그랬던 그가 아이사의 탈출을 돕게 되기까지, 비에호가 그의 삶에서 처음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자유가 어떤 느낌인지 깨닫게 되기까지 그 비극적이고도 희망적인 과정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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