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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모로코사건,외무부 뭘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의 원양어선이 모로코 해안경비정에 의해 총격을 받아 선장이 숨지고 선원과 선박이 억류돼 정부에서 시신과 선원의 송환등을 위한 수습에 나서고 있다.외무부당국이 3일 주한(駐韓)모로코 대사를 불러 비무장 어선에 총격을 가해 사망자 까지 발생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요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사건이 보도기관을 통해 알려진 직후의 이같은 외교경로를 통한 해결노력은 얼핏 매우 기민해 보인다.그러나 사건이발생한 초기부터의 경과를 보면 오히려 외무당국이 사건을 안이하게 생각하고 태만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부산의 부림수산이 송출한 애틀랜틱 5호가 모로코 연해(沿海)에서 총격을 받고 선장이 사망한 가운에 붙잡힌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선박회사측 주장으로는 기관고장으로 수리를 마친뒤 정박중 붙잡혔다고 한다.그러나 모로코측은 자기네 어 로(漁撈)수역 내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붙잡혔으니 1백20만달러를 내야 풀어주겠다는 주장이다.
사건의 진상은 정부가 모로코측에 협조 요청한 것처럼 공정한 조사를 하면 드러날 것이다.문제는 사건이 일어난뒤 열흘이 가깝도록 현지의 우리 공관과 외무부 당국이 한 일이다.당국의 설명으로는 회교도 금식기간(라마단)중인데다 교통이 불 편한 험지(險地)에 억류돼 있어 진상조사와 교섭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고발생 직후 현지 우리 원양어업기지인 스페인의 라스 팔마스로부터 보고가 들어와 당국은 초기부터 사고를 파악하고있었다.또 선원을 송출한 원양회사측은 사고직후 직원을 현지에 파견하는등 사고수습에 노력했다.그러나 당국이 수습 을 위해 그동안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는 흔적은 볼 수 없다.
선장 유족들에 의해 사건의 자초지종이 언론기관에 노출된 뒤에도 현지 공관에서는 억류선원이 몇명인지 몰랐다는 보도까지 있었다.이번 사고는 통상적으로 있었던 불법조업에 따른 분쟁이 아니라 인명까지 희생된 경우다.그런 사고가 있은지 9 일이 지난 뒤에야 외교경로를 통해 협조를 요청할 정도로 느려터져서야 국민이 정부를 어떻게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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