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0년 만의 폭설 … 설 귀향길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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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부 안후이성의 허페이시 기차역 광장에서 27일 승객들이 폭설로 운행이 중단된 열차를 기다리며 눈을 맞고 서 있다. 기상당국은 이번 주에 폭설이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허페이 AFP=연합뉴스]

 중국이 50년 만에 내린 최대 폭설로 국가 비상이 걸렸다. 이재민만 6000여 만 명에 이르고, 농작물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교통 두절지역이 늘어나면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 귀성객 대부분의 발이 묶여 아우성이다. 여기에다 전력난까지 겹쳐 추위에 떨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중국 기상당국은 이번 주에 폭설이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해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귀성객 역마다 아우성=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기차역에는 27일 하루에만 15만 명의 귀성객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폭설로 기차가 떠나지 못한다는 방송에 모두 발을 동동 굴렸다. 귀성객들이 역 당국에 몰려가 고함을 지르고 항의했다. 최근 3일 동안 광저우 역으로 몰려든 귀성객은 무려 60만 명.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은 광저우 역 주위에서 열차 운행이 재개되기만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광저우 철도국은 27일부터 춘절 하루 전인 다음달 6일까지 광둥성의 기차역에서 기차표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광저우 시 당국은 귀성인파가 몰려들자 시내 무역전시관을 개방해 2만여 명을 수용했다. 이렇게 열차표를 사고도 귀성하지 못한 귀성객이 중국 전역에 최소한 600만 명에 이른다. 그 숫자는 하루이틀 후면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인은 폭설이다.

중국 기상대에 따르면 최근 3일 동안 후난(湖南)·후베이(湖北)·허난(河南)·안후이(安徽)·장쑤(江蘇)성 등 10여 개 성에서 10~50㎝의 폭설이 쏟아져 대중교통이 대부분 마비됐다. 기상 당국은 이번 주에도 이 지역에 폭설이 계속될 것이라며 27일 폭설 최고등급인 ‘홍색경보’를 발령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27일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전 공무원의 비상근무를 지시했다.

중국 재해대책 본부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27일 현재 폭설 이재민이 14개 지역 6000만 명이다. 그러나 피해집계가 안 된 지역이 많은 데다 폭설이 내리고 있어 이재민은 이미 8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한 인구에 근접한다.

여기에다 43만여 채의 가구가 전파 또는 부분 파손됐고 150만ha의 농경지가 유실됐다. 사망자는 27일 현재 18명에 달하고 직접적인 경제 손실액만 153억 위안(1조98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력난에 물가까지 폭등=중국 전력당국에 따르면 최근 폭설과 기온 급강하로 전력 사용이 늘었다. 안후이 등 17개 성에서는 전력이 부족해 제한 송전하는 실정이다. 폭설로 석탄 운반이 안 되는 지역까지 많아 전력난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 폭설로 전국의 석탄 비축량은 2142만t에 불과하다. 정상 비축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춘절을 앞두고 돼지고기 등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물가도 비상이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1년 만에 최고치인 4.8%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6.5% 올랐다. 그것도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다. 실제로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이달 들어 돼지고기와 쇠고기, 양고기 값이 40% 이상 오르고, 우유값도 30% 이상 상승하는 등 가히 살인적이다.

◇한국 관광객 피해도=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를 관광하던 한국인 관광객 수백여 명이 폭설로 항공편이 결항돼 27일과 28일 큰 불편을 겪었다. 상당수 한국인 여행객은 철도 편으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지로 이동한 뒤 뒤늦게 귀국했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지방 정부와 한국 관광객의 안전에 대해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며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콩·베이징=최형규·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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