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테마별 음반기획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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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일상생활의 배경음악으로 클래식을 듣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기능별.테마별 음반기획물이 침체위기를 만난 클래식 음반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매체의 보급으로 클래식 음악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면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반기능,소음을 차단하고 은폐하는 차폐기능,작업능률을 향상시키는 기능등 생활의 활력소로 자리잡은지오래다.콘서트홀에서의 음악감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순수한 미적 감상보다 피로회복.기분전환.분위기 창출을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이 현실이다.
『모차르트와 함께 휴식을』『드라이브타임 클래식』처럼 다양한 쓰임새에 맞게 타이틀을 내건 음반덕분에 클래식 초심자들도 「손쉬운 선택」이 가능해졌다.
또 「일상생활의 동반자」로서 클래식을 즐기려는 음악애호가들은분위기가 서로 다른 악장의 전곡을 수록한 기존음반을 카세트 테이프로 재편집해야 하는 불편을 덜게 됐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테마별 음반은 『봄』『여름』『가을』『겨울』(Telarc),『모차르트와 함께 휴식을』(Erato),『아빠가 들려주는 자장가』『정원의 클래식』(워너 클래식),『납량클래식』『머리가 좋아지는 음악』『드라이브타임 클 래식』(Teldec)등.
『정원의 클래식』에는 레스피기 「새」,델리우스 「봄을 알리는뻐꾸기 소리」,차이코프스키 「꽃의 왈츠」,본 윌리엄스 「나는 종달새」등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즐기면서 들을 수 있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의 2악장은 졸음이 올 정도로 편안한 휴식을주게 마련.『모차르트와 함께 휴식을』은 모차르트의 명곡 중 2악장만을 엮어 놓았다.
운전중 졸음을 쫓기 위한 『드라이브타임 클래식』에는 자동차 광고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중 「오 운명이여」,요한 슈트라우스 「천둥과 번개」,폴카 홀스트 「혹성」중 「화성」등이 실려있다.
또 드라큘라 그림이 그려져 있는 『납량 클래식』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 「오페라의 유령」,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중 「단두대로의 행진」,무소르그스키 「민둥산의 하룻밤」등이 수록되어 있다. 음반전문지 『클래식 CD』가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진의보고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의4악장 푸가를 들으면 혈압의 증가에 따라 뇌세포에 자극을 주는것으로 알려졌다.베스트셀러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머리가 좋아지는 음악』앨범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을 컴퓨터 합성으로 처리한 재킷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러나 워크맨이나 카스테레오가 널리 보급되면서 나타난 기능별음반기획이 음악감상의 질적 저하를 더욱 가속화한 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李長職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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