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다시본다>上.NAFTA믿다 추락하는별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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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출범을 계기로 세계경제의기대주로 주목받았던 멕시코경제가 불과 1년만에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졌다.당시의 낙관론은 흔적도 없고 비관론 일색이다.치아파스 반군사태까지 재연돼 정치불안마저 가중되고 있 다.NAFTA의 선봉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고 앞으로는 어찌 될 것인가.현지취재를 통해 멕시코 경제를 정밀진단해 본다.
[편집자註] 한국기업의 멕시코 주재원들은 최근 서울 전화 때문에 시달린다.「치아파스 난리」의 심각성 여부를 물어 오는 전화 탓이다.
『멕시코판 광주사태나 벌어진 것처럼 한국 언론들이 야단들이었는데 전혀 차원이 다르다.정작 큰일은 이나라의 경제위기다.』 삼성물산 유재훈(柳在薰)멕시코 지사장의 말이다.
치아파스 사태의 비중은 최근 페소화 폭락사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2개월사이에 달러기준 페소화의 가치 하락은 40%선을 넘어섰다.다행히 미국과 IMF등의 거액 구제금융지원 덕분에 간신히 부도(不渡)는 막았다.
1년전만 해도 떠오르는 별로 인식됐던 멕시코 경제가 왜 이 모양이 됐을까.더구나 선진국그룹이라고 하는 OECD에도 정식 가입했을 뿐 아니라 개방정책면에서도 한국보다 훨씬 앞서 나가지않았던가.
살리나스 前대통령의 경제수석이었던 페르난도 클라비호 박사는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살리나스 대통령은 NAFTA의 혜택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반면 막대한 국제수지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핫머니를 지나치게 끌어 쓰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다.지난해8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나는 살리나스 대 통령에게 15%의 페소화 평가절하를 건의했으나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었다.』 과연 개방정책 탓으로 멕시코 경제가 망가졌을까.뉴욕에 본거지를 둔 멕시코 경제전문가들은 이점에 의견이엇갈린다.개방정책 자체에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 경제의「기본」이 잘못된데서 비롯된 순환적 위기론을 주장하는 이들도적지 않다.
아무튼 최근의 멕시코경제는 말이 아니다.은행들이 신용장 개설업무를 거의 중단했고,대부분의 수입업무가 마비된 상태다.환율이널뛰듯 하는 바람에 물건값을 정할 수 없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미국의 구제금융 덕분에 82년 같은 부도신세 는 면했다 해도 정상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멕시코 경제분석센터 소장 안토니오 카스트로 박사는 이렇게 전망했다. 『멕시코의 지금 상황은 마치 흑자도산의 위기에 처해있는 기업과 흡사하다.자금운용을 잘못해 빚어진 금융위기이지,구조적인 위기는 아니다.그러나 이것을 신속히 수습하지 못하면 그땐정말 구조적인 위기로까지 악화될 것이다.』 올해의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내년 이후의 회복속도였다.멕시코에서 30년을 살았다는일본상공회의소 가토 류헤이 회장은 이점에 대해 비교적 낙관론을폈다. 『지난 82년 외환위기가 회복되는데는 10년이 걸렸다고하면 이번에는 3년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본다.
비록 정책운용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멕시코 경제의 잠재력은 여전히 대단하다.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 좋은 기회다.페소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가 충격적이긴 하지만,그만큼 현실화된 것인 만큼 외국투자자들에게는 투자여건이 더좋아진 것이 아닌가.』 가토 회장은 멕시코에 찾아오는 일본기업들에 이점을 누누이 강조한다고 했다.
멕시코경제의 최근 위기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기회」임을 말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위기이고 어디에서부터가 기회라고 해야 할 것인가.분명한 것은 지금의 사태가 멕시코를 제대로 모르고 덤볐던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멕시코 경제의 실체를 좀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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