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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주’가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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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0.8% 떨어지는 동안 30% 넘게 오른 종목이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주가 아니다. 농업 테마주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농업 대표주인 남해화학·농우바이오·세실이 그 주인공들이다. 농업 관련 펀드도 선전하고 있다.

 ‘농업의 귀환’을 상징하는 말은 ‘애그플레이션’이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귀하신 몸’이 된 농업을 지칭한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과 콩(대두)의 선물 가격은 80% 안팎 올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른 중국 증시 상승률과 맞먹는다. 올 들어 전 세계 증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몸살을 앓는 동안에도 곡물 가격은 오름세였다.

◇농산물 값 급등이 배경=무엇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국가의 경제 성장으로 농산물 소비가 급증했다. 경제 발전에 따라 감자·고구마·잡곡 중심의 주식이 쌀·밀가루로 이동한다. 이후엔 고기·달걀·우유 소비가 증가한다. 중국에선 요즘 고기·달걀과 같은 동물성 식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덩달아 동물 사료가 되는 곡물 수요도 급증했다. 러시아·인도도 비슷하다.

 여기다 고유가에 따른 대체 에너지, 특히 바이오 에탄올의 보급도 곡물 수요를 부추겼다. 원료가 되는 옥수수뿐만이 아니다. 옥수수 재배 면적을 넓히느라 밀·대두 재배 면적이 줄었다. 마이애셋자산운용 김경래 팀장은 “미국의 밀 재고는 6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식량 파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그리 랠리’=농업이 뜨자 관련 산업이나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가 앞다퉈 출시됐다. 도이치투신운용의 ‘도이치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주식’ 펀드가 대표적이다. 농업뿐 아니라 농·축·수산물과 관련한 1·2·3차 산업 인프라에 투자한다. 토지개발과 농업 관련 기업이 주된 대상이지만 비료·관개·기상·바이오테크·화학 등에도 폭넓게 투자한다.

 마이애셋자산운용이 최근 선보인 ‘마이애셋글로벌코어애그리펀드’는 농업 생산, 음식과 식육가공, 농화학 등 농업과 직접 관련된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네덜란드의 농업 전문 은행인 라보뱅크의 자회사 로베코자산운용이 위탁운용을 맡는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파생상품투자신탁’은 옥수수·밀 등 20여 개 곡물 상품을 기초로 만든 ‘로저스국제농산품지수’를 따라가 최근 농산물 가격 강세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농업 관련 기업으로 대우증권은 남해화학·카프로·KG케미칼·CJ제일제당
·세실·농우바이오·경농·조비 등을 꼽았다. 이원선 연구원은 “이들 8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지난해 5월 이후 코스피지수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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