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특판예금 어디 없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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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25일 하나은행의 ‘e-플러스 공동구매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던 고객들은 막차를 놓친 승객들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오는 30일까지 판매하려던 이 상품에 갑자기 돈이 몰리며 정오가 지나자 판매 한도인 2000억원이 다 차버린 것. 연 6.82%의 이자를 주는 이 상품의 판매액은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1300억원을 넘겼으니 14일 오전에만 700억원가량이 몰렸다는 얘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다퉈 예금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자 얼마 안남은 고금리 상품에 돈이 한꺼번에 들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은행 창구에서는 이런 모습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은행들이 고금리 예금 판매 경쟁을 벌이던 이 달 초와는 180도 다르게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7%에 육박하던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이제 6% 선으로 내려갔다. 지난해까지 예금 이탈의 촉매제가 됐던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확장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대출 시장에서도 혼란이 빚어져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변동금리 대출 금리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채 금리에, 변동금리 상품은 석달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에 연동된다. 장기 채권의 금리가 단기 채권보다 높은 게 일반적어서 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도 변동금리형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이번 주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3년 고정 기준)의 금리는 6.37~7.97%로, 변동금리형 상품의 6.45~8.05%보다 낮다. 국민은행이 CD연동 변동금리 상품을 내놓은 이후 처음이다.

 이는 최근 은행채의 금리 하락폭이 CD 금리의 하락폭보다 컸기 때문이다. CD금리는 16일 이후 꺾이기 시작해 25일 0.1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3년만기 은행채(AAA급) 금리는 8일 6.99%를 기록한 이후 24일까지 1.4%포인트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는 2주새 1.16%나 떨어졌지만 변동금리형 대출의 금리는 0.1% 떨어지는 데 그쳤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고정금리형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다. 금리 하락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많은 데다, 대출을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금리가 급락한 것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국고채와 은행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최근 기현상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라며 “길게 봐선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6%대 예금’은 이제 막차가 될 듯하다. 하나은행이 28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5.9%로 떨어뜨린 것을 시작으로 다른 시중은행들도 곧 가세할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최고 연 6.5%의 특판 예금을 팔 예정인 국민은행도 다음달부터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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