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떼쓰는 아이엔"절대 안 돼” 꾸준히 가르쳐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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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이의 못된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금쪽같이 귀한 자식이지만 제멋대로 행동할 땐 부모의 마음은 무겁고 난감하다. 아이를 혼내고 달래도 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지친 부모는 ‘나이 들면서 조금씩 나아지겠지’ 스스로 위안하면서 세월을 보내지만 안타깝게도 아이의 못된 버릇은 나날이 심해지는 것 같다.

 ◇우왕좌왕 양육태도가 가장 큰 문제=부모는 자식의 거울.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버릇없는 아이의 90%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가 초래한 결과”라고 밝힌다. 나머지 10%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기질적 문제 때문에 생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하기 싫은 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려면 싫은 일도 참고 하고, 원하는 일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는 부모가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일관되게 반복해 인식시켜줌으로써 가능하다.

 만일 부모가 빗나간 자식 사랑 때문에, 떼쓰는 상황이 귀찮아서, 혹은 자신의 감정 조절이 안 돼 아이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주거나 거절하면 아이는 가치관과 욕망조절 능력을 못 배워 버릇없는 아이가 된다.

 ◇버릇 없는 아이는 사회 적응도 힘들어=버릇없는 아이는 어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어려선 부모와 선생님을 얕잡아보고, 성인이 돼선 ‘미운 오리’ 취급을 받기 쉽다.

 공부도 좋아하는 과목만 하다 보니 두뇌가 좋아도 성적은 기대 이하다. 타인을 배려하지 못해 사회적응도 힘들다. 특히 동등한 관계가 요구되는 친구·동료·연인·배우자 등과 원만하게 지내기 어렵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이동수 교수는 “부모와 달리 동등한 관계에선 어느 정도 ‘주고-받기’가 균형을 이뤄야 좋은 관계가 지속된다”고 들려준다.

 ◇훈육은 두 돌부터 시작해야=아이는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뭔가를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자연 좌절감을 느끼며 화를 내는데 떼쓰기, 소리 지르며 울기, 물건 집어던지기 등의 반항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훈육은 바로 이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잘못된 태도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설령 아이가 공공장소, 또는 손님 있을 때 등 곤란한 상황에서 떼를 써도 순간의 수치심을 모면하려고 무리한 부탁을 들어줘선 안 된다.

 이를 실천하려면 부모 스스로 아이 양육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자신감, 안정된 정서를 갖춰야 한다. 예컨대 부모가 감정조절을 못해 화가 나 때렸다가 이내 미안한 마음에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아이는 ‘화날 땐 폭력을 사용해도 되는구나’, 또 ‘떼만 쓰면 무리한 요구도 관철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무분별한 편들기는 나쁜 버릇 조장=우리나라에선 손자·손녀를 마냥 ‘오냐 오냐’하며 편드는 할머니·할아버지가 있고, 또 아빠의 방관자적 태도도 훈육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악의 상황은 어머니가 아이를 훈육하는 데 끼어들어 “왜 아이를 혼내느냐”는 식의 간섭을 하는 것. 유 교수는 “훈육을 담당한 어머니와 할머니·할아버지·아버지 등은 아이 대하는 입장이 다르다”며 “온 가족이 양육을 주관하는 사람과 의견 조율을 하고 훈육에 대한 일관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쁜 버릇도 원인에 따라 맞춤 치료 받아야=일단 아이가 버릇없다 싶을 땐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어머니의 양육태도가 문제일 땐 어머니 정신건강부터 치료 받아야 한다. 다른 식구의 간섭이 걸림돌일 땐 가족 치료가 필요하다.

 또 기질적 문제가 있어 훈육 자체가 힘든 경우엔 아이에게 설득·훈육·지시하는 식의 통상적인 방법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손해를, 잘한 행동에 대해선 일정한 보상을 해주는 ‘손익 체계’ 방식을 일관되게 적용시키는 1:1 맞춤치료가 효과적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례 : 7세 남자 아이, 초등학교 1학년

▶문제 행동 : 초등학교 입학 후 선생님 지시가 마음에 안 들면 대듦, 수업시간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함

▶진단 : 지능·적성검사·심리검사 결과 , 잘못된 양육태도로 인한 버릇없는 아이로 진단

▶원인 : 오랜 불임시술 끝에 힘들게 출생해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어머니를 원망하고 때려도 방치함

▶치료 : 부모·조부모 등 가족치료로 문제 상황 인식하고 올바른 훈육태도를 배움

▶경과 : 수업 시간에 선생님 지시사항을 따르려고 노력함, 집에서 떼쓰기, 대들기는 여전하나 온 가족이 인내심을 갖고 거절하고 훈육. 현재 떼쓰는 시간과 횟수가 줄어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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