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 스캔들 줄지어 터질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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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05면

“기어코 올 게 오고야 말았다.”

71억 달러 손실 소시에테제네랄 사태

지난주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이 풋내기 트레이더인 제롬 케르비엘의 선물 베팅으로 71억 달러(약 6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건이 터지자 국제 금융시장에서 나온 장탄식이다. 예견된 일이 벌어졌다는 분위기였다.

2001년 엔론사태, 1998년 롱텀캐피털 사태, 80년대 후반 마이클 밀켄의 정크본드 파동, 80년대 중반 찰스 키팅 스캔들(대부조합 사태) 등이 모두 버블 붕괴 시점에 맞물려 터진 대형 금융 스캔들이었다. 이번에는 SG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2000년에 입사한 케르비엘은 유럽 증권시장의 주가지수 변동 위험을 헤지하는 거래를 담당했다.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로 주가지수 하락을 대비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가 허용한 한도를 무시하고 거액의 거래를 일삼아 결국 사상 최대의 금융사고를 일으켰다. 회사 측은 개인적으로 돈을 빼돌리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품은 사람들의 일확천금 욕망을 자극한다. 기업인과 금융인들의 윤리의식이 무뎌지고 법규 또한 안중에 없다. 기업 경영이나 투자 패턴이 방만해진다. 한 번 스캔들이 터지면 엇비슷한 사태가 줄을 잇는다. 거품이 꺼지면 거품 속에 숨어 있던 불법과 탈선 거래가 추한 몰골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엔론사태 이후 월드컴 등 회계부정 사고가 잇따라 터졌듯이 이번 SG 사태를 계기로 대형 금융 스캔들이 줄지어 터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의 모기지회사들이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돈을 마구 꿔줬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SG에선 내부 감시·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조만간 누가 케르비엘의 무모한 선물 베팅을 조장 또는 묵인했는지 드러날 것이다.

금융 스캔들이 터진 이후 시장에는 불신을 넘어 분노가 몰아친다. 금융회사 또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경영자 능력, 첨단 금융기법 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극에 달하는 것이다. 아울러 투자자 등은 해당 금융회사나 기업을 상대로 개인 또는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이미 SG에 대한 소송 움직임이 보도되고 있다.

일반 투자자의 분노를 계기로 금융 스캔들은 곧바로 정치이슈로 비화한다. 무대가 시장이 아닌 의회로 옮아간다. 대중의 분노를 등에 업은 정치인들이 시스템 개혁을 외치며 새로운 법규를 만든다. 2002년 기업의 투명경영을 강제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브프라임과 SG 사태를 계기로 파생상품 거래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학 교수는 “시장과 경제 시스템은 거품시기의 방만함과 이후 엄격함이 교차하면서 다져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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