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밝혀지는 증시 작전 해결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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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주식시장에 난무하던 작전(주가조종)의 실체가 검찰의 손에 의해 한꺼풀 벗겨졌다.고객의 자산을 위탁관리하는 은행.보험등 기관투자자들이 작전에 손을 댄 사실이 꽤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으나 증권계 종사자들은 전혀 새로울게 없다는 반응이 다.
그들이 탐지하고 있는 작전의 범위나 내용에 비하면 검찰이 밝혀낸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검찰의 이번 칼질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만연한 작전풍토가 근절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를 보이고 있다.증권감독원과 증권거래소등 증권당국의 감시망이「뛰는」시세조종세력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우선 증권감독원은 수사권이 없어 시세조종에 대한 혐의를 잡아놓고도 증거를 잡아내지 못해「범죄」를 입증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혐의자를 소환해도 응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계좌추적도금융거래 비밀보장 조항에 걸려 여의치 못하다.
그러다 보니 조사에만 6개월 내지 1년이 걸리고 작전세력이 다 빠져나간 뒤 조사결과가 나오게 된다.게다가 조사가 진행되는동안은 철저한「비밀주의」를 지키고 있고 증권거래소와의 공조체제도 제대로 안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기 일쑤였다.제도적으로 사전예방기능이 갖춰져 있지 못한 약점을 시세조종세력이 끊임없이 파고드는 형국이다.증권당국의 제도와 기능을 손질하든지 증권당국의 능력이 달리면 조기에 검찰의 손을 빌리든지 이제는 선택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는게 증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작전풍토의 만연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시를 황폐화하는 지름길이기 때문.
국내증시는 벌써부터 위험신호를 냈다.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기업의 주가가 한 해에 25배나 오르는데도 당국의 아무런대응이 없으니 증권종사자들의 신경이「수급논리」에 쏠리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기업의 내재가치를 도외 시한 투자풍토가 거품을 일으켰고 그것이 공모주 청약과열등 자금시장의 교란으로까지 이어졌다.거품이 빠지면 투자자의 증시이탈이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작전풍토는 투자자의 손실차원이 아니라 경제운용의■교 란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주가라는 것이 인기투표식의 수급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없지 않다.그러나 그것은 주가의 본질도 아니고 오래가지도 못한다.주식의 본질적인 투자가치는 기업의 내재가치며 중.장기적인 주가흐름이 그것을 증명하 고 있다.이유야 어떻든 불공정한 주식거래가 경제의 교란요인으로까지 번져서야 정말 난감한 일이다.
〈許政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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