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5다카르랠리대장정>1.지옥의레이스 모래바람속 1만KM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지옥의레이스로 악명높은 95그라나다~다카르 랠리(1월1~15일)에서 국산 무쏘 지프가 거둔 상위입상은 세계자동차 경주계의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30개국 2백47대의 경주차량이 출전한이대회에서 쌍용자동차는 경주의 꽃인 T3(완전개조)부문에서 8위와 34위를,T4(지원차량)부문에서는 20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대회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참가,T4부문 내비게이터(차량 내구성및 테스트담당)로 대회를 완주한 정혜운씨의 연재기고(5회)를 통해 사막 모래바람속에서 국산 지프가 15일간 펼친 총 1만1백9km의 대장정을 따라가본다.

<편집자 주> 우리팀(무쏘 랠리차량 3대,무쏘 보도차량 2대,벤츠 지원트럭3대)이 출발지인 스페인 그라나다에 도착한 것은 94년 12월29일.사흘간의 차량수속과 휴식등을 마치고 마침내 경주 첫날이밝았다. 95년 1월1일 오전7시.경주에 대한 흥분과 기대로 잠을 설친 가운데 랠리차량을 앞세우고 우리는 차량집결지로 이동했다. 아침 일찍부터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우리 일행은 차량점검과 짐정리를 마치고 출발을 기다렸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지연되었다.동료는 다카르랠리만 열번의 출전 경험이 있는 베테랑 드라이버 벨 로티(이탈리아).
차량들이 시내를 빠져나가는 도로변에는 많은 시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랠리차량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었고,나도 계속해 손을 흔들어 어깨가 아플 정도였다.
출발 준비를 알리는 소리와 동시에 카운트가 시작됐다.내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었다.출발을 알리는 수신호와 동시에 우리 트럭은 비포장 도로를 내닫기 시작했다.비는 계속 내렸고 길은 미끄러워 우리 트럭은 달리는 도중 여러번 길 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약 8㎞를 달리던중 큰 언덕이 시작되는 곳에 많은 트럭들이 멈춰 서 있었다.
비 때문에 길이 너무 미끄러워 앞서 달리던 미쓰비시 지원트럭이 전복돼 길을 막아 경기가 불가능했다.결국 첫날 트럭 경기는취소되었고 우리는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로 이동하기 위해 스페인의 해안도시 몬트릴로 향했다.
1월2일 오전7시쯤 배는 모로코의 항구도시 나도르에 도착했다. 드디어 경기다운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제1구간 총거리는6백19㎞.거친 산길과 자갈밭 도로가 워낙 험난해 헬멧을 쓴 머리가 차량 천장을 여러번 때렸다.랠리도중에는 식사도,휴식시간도 없다.다만 화장실이 급할때만 잠시 멈출 뿐이다 .덜컹거리는트럭을 6시간쯤 타니 허리도 뻐근하고 엉덩이에 알이 박히는듯 하다.다행히 10여시간의 경기를 무사히 마치고 비바크(캠핑장소,즉 식사.잠.차량정비를 해결하는 장소)에 도착하니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정도.그러나 먼저 도착 한 동료들이 반가이 맞아주어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