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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하승진 쓰나미’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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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하승진이 NBA 시절이던 2005년 12월 휴스턴 로케츠전에서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중앙포토]

프로농구판에 빅뱅이 일어난다.

2m22cm의 대물 하승진(23)이 29일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기 때문이다.

1m60cm대의 중학생들이 노는 놀이터에 1m85cm짜리 키 큰 어른이 오는 격이다.

2m대 선수들 사이에서도 2m20cm대의 벽은 높다.

엑스포츠의 김유택 해설위원은 “1m60cm와 1m80cm의 차이와 2m와 2m20cm 차이는 똑같다”며 “하승진이 온다면 골대에 거대한 기둥을 꽂는 격”이라고 말했다.

큰 키 덕분에 2004년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되기도 했던 하승진.

그가 시장에 나오면서 서장훈의 키에 맞춰 놨던 외국인 선수들의 신장 제한(2m7cm)도 풀었다.

하승진에 대한 드래프트는 지난 시즌 하위 4개 팀이 똑같은 조건에서 구슬뽑기로 정하게 된다.

하승진은 다음 시즌부터 경기에 나선다. 그러나 농구계는 벌써부터 이전에 없었던 대물의 출현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해커하’ 작전 등장

 NBA의 공룡 센터 섀킬 오닐의 전성기 상대 팀들은 오닐이 공만 잡으면 여러 명이 달려들어 겹수비를 했다. 오닐이 골대 밑으로 접근하면 일부러 파울을 했다. 소위 ‘해커섀크’ 작전이다. 오닐의 자유투 능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하승진도 자유투가 빼어나지는 않다. 각 팀들은 파울 전담 선수들을 풀어 하승진을 막으려 할 것이다.

◇속공과 압박

 상대팀으로선 기동력이 떨어지는 하승진이 자리 잡기 전에 공격을 끝내버리는 것이 낫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하승진 팀과 경기하면 공격은 무조건 속공으로 처리할 것이고 수비에선 하승진이 공 잡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면 압박수비로 시간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팀이 하승진과 맞설 수 있는 덩치를 데려올 것이기 때문에 속공과 압박이라는 작전은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외인, 작아지는 한국 선수들

하승진이 드래프트에 나온다는 소식과 함께 농구연맹은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도 풀었다. 기술이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2m10cm 정도의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면 팔 길이와 탄력 등으로 하승진에게 버텨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장신 선수들이 이 외국인 선수들의 숲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돌파 죽고 슈터가 산다

골밑에 생기는 장신 숲 때문에 가드와 포워드들의 화려한 골밑 돌파는 줄어들 것이다. 대신 외곽 슈터들의 득점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하승진이나 하승진 대항마로 들여온 외국인 쪽에 더블 팀 수비가 가면 외곽에서 찬스가 나게 마련이다. 여기서 골을 넣는 선수가 스타가 될 것이다.

◇증폭되는 의심

 하승진은 신인 연봉 최고액인 1억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NBA 경험까지 한 하승진이 1억원에 만족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 하승진을 뽑을 가능성이 없는 팀들은 벌써 하승진은 NBA 경험이 있으니 신인 연봉으로 묶지 말고 연봉을 현실화시켜 샐러리캡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승진의 대항마로 데려올 키 큰 외국인 선수들도 희소성이 높은 선수여서 연봉 공식 제한선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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