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끈·끼·깡·꼴 … 정치 성공엔 ㄲ 5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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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특사로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24일 백악관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정치엔 적정한 수준의 경쟁이 있어야 한다”며 “좋은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좋은 후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특사단장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 의원은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정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의원은 “우리에게 중요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선거”라며 “정치에서 경쟁이 과열되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쟁이 너무 없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정치의) 독과점 구도가 되면 안 되고, 불공정한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며 “좋은 경쟁 구도를 만들려면 진입 장벽부터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박 전 대표 등과 경쟁할 것이며, 그걸 위해 자신의 세력도 형성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치인이 성공하려면 꿈, 끈, 끼, 깡, 꼴 등 ‘ㄲ’으로 시작하는 다섯 가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할아버지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이름에 ‘몽(夢·꿈)’자를 넣었는지 모르지만 이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예민한 반응은 자제했다.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현재 앞서가는 것이 분명한 박 전 대표 측에서 굳이 정 의원과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 내부에선 정 의원의 입당 자체를 차기 대권 경쟁 구도에서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정 의원의 말은 원론적으로 맞다”며 “한나라당은 모든 선거에서 가장 경쟁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는 당인 만큼 불공정한 경쟁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미국이 보유한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22일)에서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미국 측에 너무 늦게 알려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며 “우리 스스로 매력 없는 나라로 만들어 미국 사람들 사이에 ‘저런 나라를 위해 희생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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