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강 외교의 초석은 한·미 동맹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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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당선인의 4강 특사 외교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미국 특사로 파견된 정몽준 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을 만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총재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이상득 의원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를 접견했다. 러시아 특사로 간 이재오 의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못 만난 것은 아쉽지만 이만하면 4강 외교의 첫 단추는 그런대로 잘 끼웠다고 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특사를 직접 만난 것은 한·미 동맹 복원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에 미국의 기대가 부합한 결과로 보인다. 당선인은 3~4월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방미를 전략적·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후쿠다 총리는 특사를 극진히 예우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외교를 통해 비뚤어진 한·일 관계를 바로잡는 것도 당선인이 추진해야 할 주요 외교 과제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실종된 한·미·일 3각공조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3각공조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요구된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자원외교 차원에서 러시아의 중요성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일과 중·러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한 중국대사의 직급은 상대적으로 낮다. 귀임 후 지방 도시 부시장으로 간 경우도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는 초강대국이 되기는 어렵다고 볼 때 미·중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취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4강 외교에 임하는 이명박 정부의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 한·미 동맹의 확고한 토대 위에서 대중·대일·대러 외교는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한·미 동맹의 복원이 4강 외교의 초석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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