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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새집증후군' 고층·소형일수록 심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로 지은 아파트가 '빌딩 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유기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정부가 의뢰한 조사에서 밝혀졌다고 한겨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는 5월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환경부가 국립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입주를 앞둔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6개 세대 가운데 4개 세대가 기준치 이상의 포름알데히드 오염도를 보였다. 가장 높은 오염도는 19층에 위치한 34평형 세대에서 기준치(0.1)의 6배인 0.6이었다.

포름알데히드는 대표적인 실내오염물질로 눈과 코의 자극부터 어지럼증, 피부질환, 나아가 동물실험에서 코암(비암)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름알데히드를 물에 섞은 포르말린은 단열재나 합판.섬유.가구 등의 접착제로 건축자재에 널리 쓰이며, 방출수준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2 ̄4년 걸릴 만큼 장기간에 걸쳐 유해물질을 내뿜는다.

같은 평형이라도 고층으로 갈수록 온도와 습도가 높아 스며나오는 포름알데히드가 많았다. 또 작은 평형일수록 실내공간 체적에 비해 오염물질이 방출되는 벽.바닥.천장 등 표면적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높게 나타났다. 섀시를 설치해 환기가 어렵거나 베란다를 터 실내를 넓힌 구조에서도 오염도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심했다.

한겨레신문은 연구팀이 이번 조사 이전에 전국 12개 신축 공동주택에서 수행한 포름알데히드 측정에서도 9개 단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모든 조사세대에서 일본 후생성 기준인 0.4㎎/㎥을 4 ̄26배 초과하는 등 높은 오염도를 보였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바닥접착제.칩보드.페인트 등 건축마감재에서 주로 방출되며, 이번 조사에서 가장 고농도로 검출된 톨루엔은 피부.눈.목을 자극하며 두통과 현기증, 피로를 일으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축 공동주택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기준을 아직 정하지 않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실내공기오염은 외국의 기준에 비춰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동주택의 24시간 환기를 의무화한 일본처럼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동원 경원대 건축설비학과 교수는 "철저한 환기와 환경친화적 건축자재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 아파트라면 입주 전 4 ̄5일 동안 38도 정도로 난방을 하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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