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허재.문경은 숙명의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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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판으로 끝날 수도,5판까지 치달으며 피를 말릴 수도 있다.
몸이 부서져도 좋지만 결코 질수는 없다.
허재(許載.기아자동차)와 문경은(文景垠.삼성전자)이 마침내 결승고지에서 만났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두 선수 모두 예상했던 길을 걸어 기대했던대로 얼굴을 마주했다.
허재는 기아의 간판주포.기아의 공격이 그로부터 시작돼서 그의손에서 끝난다.폭발적인 득점력,현란한 드리블,강인한 승부근성은그를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이기에 앞서 「농구천재」로 불리게 했다. 문경은.
삼성은 기아를 깨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문경은을 스카우트했다.역대 최고몸값을 치르고 스카우트한 문경은이 정규리그내내 부진하자 삼성에는 비상이 걸렸지만 플레이오프 이후 특유의소낙비같은 중장거리포가 터지면서 삼성을 결승고 지로 끌어올렸다. 두 선수는 서로의 대결이 낯설지가 않다.문경은은 연세대 재학시절 기아가 연세대를 「한번은 거쳐가야 할 관문」으로 여기게할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보였다.연세대가 매시즌 한번은 기아를 누르고 매스컴을 탄 것도 문경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허재와 문경은의 대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농구팬들은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다.
허재는 막강한 기아의 센터진과 강동희(姜東熙)라는 슈퍼 가드의 지원을 받고 있다.그러나 이들은 모두 30고개를 넘거나 눈앞에 두고 있는 노장들이어서 5전3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에서의 체력부담이 크다.힘좋기로는 상대를 찾을 수 없는 고려대와 3차전까지 벌이고 오른 결승이어서 다섯차례 격전이 버겁게만 느껴진다.
문경은은 팀이 기아에 비해 센터진이 취약해 골밑에서 외곽으로공급되는 패스를 받아먹기 불리하다.동기생 가드 김승기(金承基)도 기복이 심하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거의 혼자서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으므로 체력이 소진된데다 온몸이 멍투성이일 정도의 많은 부상으로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이제는 막판.남은것은 오기와 자존심뿐이다.허재와 문경은은 다른 누구에게 패했을 때보다 둘사이의 맞대결에서 패할 때 더욱 「열」을 받곤 한다.
매우 사이가 좋은 선후배이면서도 둘의 가슴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라이벌의식이 너무나도 뜨겁기 때문이다.
글:許珍碩기자 사진:金炯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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