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명 신용정보 엉터리 분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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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2일 오전 9시, 김명주(39·경기도 고양시·자영업)씨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받았다. ‘귀하의 신용 정보에 변동이 생겼습니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자는 신용정보회사였다.

 깜짝 놀란 김씨는 급히 인터넷을 통해 신용 상태를 확인했다. 평소 7등급(총 1~10등급)이었던 신용 등급이 ‘평점 산정 불가능’으로 떨어져 있었다. 저축은행 등에서 빌렸다가 석 달 전 갚은 342만원이 아직 연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신용 불량이 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걱정 속에 토·일요일을 보낸 김씨는 월요일인 14일 아침 일찍 금융감독원과 신용평가사들에 전화를 했다.

 오후 8시가 돼서야 연락이 왔다.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정)로부터 구체적인 해명과 사과를 받았다. 한신평정이 다른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한신정)로부터 받은 신용 정보에 이미 변제한 대출금이 ‘채무 불이행’으로 나타났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김씨의 신고를 받은 금감원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발생하면 안 되는 실수가 빚어졌던 사실을 확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3일 “한신정과 한신평정이 개인 신용정보를 교환하는 전산 작업 중 7만여 건의 신용정보가 잘못 등록됐다가 사흘 뒤 김씨 등의 신고를 받고 이를 발견해 정정했다”며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흘간 잘못된 신용 정보가 등록됐던 사람은 6만여 명에 이른다.

 한신정과 한신평정은 각각 3600만 명, 3300만 명의 개인 신용정보를 보유 중인 개인신용평가회사(크레딧 뷰로)들이다. 이들은 금융사·유통업체에 개인 신용정보와 신용 등급 정보를 제공한다.

 11일 밤 두 회사는 전용 회선을 통해 약 100만 건의 개인 신용정보를 교환했다. 지난 석 달간 서로 주고받은 ‘채무불이행 정보’의 정확도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사고는 한신정의 전산 프로그램 오류에서 시작됐다. 작업 당일인 11일자 시점의 정보 대신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의 정보를 한신평정에 제공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채무를 갚았던 4만 건의 정보가 채무 불이행으로, 아직 연체 중인 3만 건의 정보가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둔갑했다.

  한신정 CB사업본부 정선동 실장은 “관리가 소홀했던 것 같다. 이후 전산 프로그램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말이 끼어 있어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두 회사는 1996년부터 각각 회원사로부터 제공받은 신용 정보를 서로 공유해 왔다. 하지만 업체 간 전용회선을 통해 한꺼번에 다량의 정보를 주고받아 작은 실수로도 큰 피해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유미 기자

◇신용평가=금융사와 신용평가 회사는 신상 정보와 금융·상거래에서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자산·소득 규모와 함께 현재 대출 규모, 과거 연체 경험과 금액 등이 중요 평가 요소다. 신용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 신규 대출, 신용카드 발급, 할부 구입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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