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자로 본 중국 ⑫ 동서 5200㎞ … 시차 왜 없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의 서쪽 끝 우루무치시 공무원의 출근시간은 오전 10시다. 일반 회사의 경우 11시 출근도 적지 않다. 베이징으로부터 2400여㎞ 떨어진 이곳에 정상적인 시차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 출근시간(오전 8시30분)을 적용할 경우 이들은 밤하늘에 뜬 별을 보고 집을 나서야 한다.

 중국은 면적 960만㎢로 세계에서 넷째로 넓은 국가다. 동서 거리는 약 5200㎞. 정상적이라면 다섯 시간의 시차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베이징을 기준으로 한 ‘협정세계시간(UTC)+8시’를 단일 표준시간대로 고수한다. 반면 알래스카를 제외한 본토의 동서 길이가 4500여㎞인 미국은 4개의 다른 시간대를 두고 있다.

 왜 중국은 시차를 두지 않을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하나는 서부의 인구나 GDP 모두 적어 별도의 시차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경제적 이유에서다. 또 하나는 시차를 인정하면 분열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정치적 논리에서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1912년 중화민국 성립 후 당시 중앙기상국은 5개의 시간대를 두었다. 쿤룬(崑崙·GMT+5:30), 신짱(新藏·GMT+6), 룽수(鈺蜀·GMT+7), 중원표준(GMT+8), 창바이(長白·GMT+8:30)시간대(지도)가 그것이다. 39년 내정부는 이를 비준했다. 그러나 49년부터 공산당과 대만으로 옮겨간 국민당 정부는 모두 베이징 시간을 기준으로 전국의 시간을 통일했다.

 2005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시차를 두자는 건의가 나왔다. 베이징 시간을 동부시간, 산시(陝西)를 기준으로 한 중부시간, 신장·티베트의 서부시간 등으로 나누자는 제안이었다. 이 안은 베이징 시간과 서부시간 두 개로 나누는 안으로 수정됐으나 표결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