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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 못 했다고 부서 없애서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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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일부를 외교부와 합치는 게 과연 최선일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뒤 정부·학계·통일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 통일부 존폐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인수위 측은 대북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와 10년 진보 정권이 추진한 대북 포용정책의 잘못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정서로 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 포용정책의 상징 부서다.

 인수위는 “통일 문제는 주변 국가나 유엔 등에 대한 외교정책과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며 “국제 공조에 맞춘 대북정책을 위해 통일부는 외교부 내에 둬야 한다”고 통폐합의 명분을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수위의 한 자문위원은 “인수위 내부에 과거 10년간 퍼주기만 했을 뿐 들어간 투자에 비해 얻어낸 북한의 변화는 미미하다는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를 외교부와 통폐합해선 안 된다는 반대 논리가 만만찮다. 특히 ‘ABR(Anything But Roh·노무현 정부와 반대라면 무조건 괜찮다)’이라는 식으로 통일부 통폐합 문제를 접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북 평화·포용정책의 기조를 포기하는 게 옳은지를 둘러싼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인수위 내부만의 토론으로 성급하게 통일부 폐지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통일부 폐지는 과거 10년간의 대북정책이 잘못됐으니 전봇대 뽑듯이 뽑아 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운용하며 고쳐야지, 아예 부서를 없애는 식으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맥을 단절하는 꼴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폐지가 외교에 남북관계를 종속시켜 ‘투 코리아(두 개의 한국)’를 인정하는 자책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은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잠정적인 특수관계”라며 “남북관계를 외교부가 총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의 경험을 지닌 국가들이 외교부와 별도로 통일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를 운용한 사례도 있다.

 독일은 통일되기 전인 서독 시절 외무부가 아닌 내독관계부라는 별도 부처에서 동독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고, 중국·대만도 현재 상대방과 관련한 정책을 외교부가 아닌 별도 부처에서 맡고 있다. 현장에서 북한을 상대해 본 인사들은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한다. 정 전 장관은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문제’로 간주하는 북한의 통일전선부가 새로 만들어질 외교통일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지도 의문”이라며 “전례로 볼 때 통일전선부는 대화에 나선다 해도 남측의 상대가 여러 부처로 나눠진 점을 악용해 남측 부서들 간의 ‘남북 협력 성과 경쟁’을 유도하려 할 수도 있다”고 후유증을 우려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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