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M&A로 몸집 키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순혈주의 타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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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05년 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왜 세계 최강국인가. 전 세계 인종이 다 모인 곳 아닌가. 그래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나온다. 우리 그룹도 사람을 섞어야 한다.”
 
그 말 이후 그룹에 변화가 일었다. 채용 시 2∼3% 비중에 불과했던 경력직 사원이 2006년과 2007년 10%씩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그룹 공채 예정인원 2600여 명의 30% 정도인 800여 명을 경력직으로 채울 예정이다.
 
주변에선 “순혈주의를 타파하자는 박 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 이에 관해 박 회장은 이런 말도 했다. “공채만으로 인력을 충당하면 ‘이너 서클’(끼리끼리 모임)이 생기기 쉽다. 실적으로 평가받는 기업에서 ‘형님, 아우’ 해서야 되겠는가. 경력직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할 것이다. 잘되는 회사를 보니 외부 수혈이 많더라.”
 
그룹의 한 임원은 “경력직 사원 채용은 기업의 인수합병(M&A)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그들의 검증된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하는 이점이 크다”고 말했다.
 
때마침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2006년에 대우건설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대한통운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점차 외부인력이 흡수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융통성 있는 인재 채용의 길을 열어놓지 않으면 그룹 도약에 제약이 따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박 회장이 순혈주의 타파에 적극 나서는 연유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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