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산업스파이戰 美 선제공격에 佛 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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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제사회의 불꽃튀는 정보전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미국과 프랑스간 산업스파이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이번 미국 첩보원 5명 추방요구는 93년4월 미국내프랑스 첩보원들이 항공.방위 분야 49개 美기업의 기밀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관련 프랑스인을 추방한 미국측의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대외정보국(DTS)은 미국 첩보원들이 92년초부터 항공.우주.과학등 첨단기술은 물론 국가이익과 직결된 무역및 경제정책,심지어 정치현안에 대한 극비정보까지 빼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93년말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프랑스와 사사건건 대립한 시청각 분야 협상에 대한 프랑스의 정책과입장을 파악,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통신장관실의 기술담당관을 포섭해 훈련까지 시킨뒤 후하게 보상하며 고급정보를 캐 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DTS는 美중앙정보국(CIA)의 산업스파이활동을 포착하기 위해 포섭대상이 된 고위공무원을 역으로 이용해 이중첩자로 심어 CIA의 활동을 감시해오다 최근 결정적 증거를 확보,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의 허락을 얻어 추방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랑스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CIA첩보원이 40명에 불과한반면 프랑스에는 80명이 우글거리고 있다면서 미국의 첩보전이 프랑스의 산업정보 분야에 모아지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냉전이후 달라지고 있는 국제첩보전의 양상을 감안할때 이번 사건은 美-佛간 본격첩보전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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