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잦은 개편 과학기술출연硏-개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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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과학기술처 산하 연구기관들이 민영화 또는 대규모 통폐합설 등개혁의 거센 회오리에 휘말려 사상 최대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같은 개혁바람은 그동안 정부의 과보호 속에 방만하게 운영돼온 연구기관의 군살을 빼고 경쟁력 없는 연구원을 도태시킴으로써연구생산성을 높이고 세계화를 조기달성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기처 산하 연구기관들에 대한 이런 개혁안은 평균 2년,장관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흔들기」식의 비효율적 개편이 계속돼 기술개발에 몰두해온 연구원들의 사기저하에만 일조해왔다는 비판도 크다.
특히 민영화설이 무성한 한국화학연구소와 한국기계연구원을 비롯,통폐합과 관련된 몇개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이에 반발,거센 항의와 함께 일손을 놓다시피해 연구생산성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들의 기술에 의존하던 중소기업들도 존폐의 위기감으로 사실일 경우 재고를 바라는 호소문을 정부와 각계에 보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개편논의는 정부의 개혁조치와 함께 경영합리화.세계화를 지향한 국책연구기관의 통폐합및 기구축소 방안과 맞물려 시작됐다. 22개 산하기관을 거느린 과기처의 경우 정근모(鄭根謨)장관이 종래 정부출연금에 의한 인건비및 운영비 지급에서 탈피,내년부터 인건비.운영비를 연구프로젝트에 포함하는 총 연구원가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표명,자립을 강요하면서부터.이는 곧 연구계약을못하거나 내용이 부실할 경우 저절로 도태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열린 산하연구기관장 회의를 주재한 과기처 고위층이「연구소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는 물리적인 충격이라도 가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외압에 의한 개혁가능성을 암시했다는 것이다.더욱이 이날 참석자 중 한사람은『「화학 연구소.기계연구원을 계속 출연연구기관으로 두는 것은 내 권한 밖」이라는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밝혀 문제가 크게 부풀었던 것.연구원중 한사람은『과학기술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속 축적돼야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데 전체 연구원들의의견수렴 없이 눈앞의 상업성에만 치중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李起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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