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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억울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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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즈음 입시 부정, 연구비 횡령 등으로 교수 사회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양 회자되고 있어 가슴 아프다. 여기에 언론은 물론 국민마저도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놀고 먹으며 고액의 연봉을 받고 사회적 지위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럴까.

대학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전임 강사.조교수.부교수를 거쳐 정교수가 되는 데는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 정교수의 평균연봉 5000만원은 대기업 부장의 연봉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연봉의 경우 상위 대학 정교수 연봉(6033만원)과 하위 대학 전임강사 연봉(1008만원)이 6배의 차이가 날 정도로 제각각이다. 연구비 역시 전공 분야에 따라, 그리고 교수 능력에 따라 수주액은 천차만별이지만 교수가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연구 기자재 구입, 인건비 지급, 출장비 등 말 그대로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돈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연구비를 횡령했다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교수 사회 전체가 비리의 온상인 양 매도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2002년의 경우 전국 193개 4년제 대학의 총연구비는 1조1569억원인데 비해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한국의 전체 대학 연구비의 50% 수준인 4억1700만달러(약 5421억원)나 될 정도로 외국 대학과의 격차가 크다. 이 연구비마저도 국내의 몇몇 유수 대학 교수들이 독점하고 있어 지방 대학 및 군소 대학 교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입시철이 되면 지방 군소 대학 교수들은 연구나 강의는 제쳐두고 영업 사원으로서 신입생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4년제 대학 교원 1인당 학생수 역시 초.중.고교보다 많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원 1인당 학생수는 국.공립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25명(2002년)과 35명이었으며 사립대는 수도권이 39명, 지방이 45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 초등학교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8.1명, 중학교는 19.3명, 고교는 15.7명에 불과했다. 또 4년제 대학의 전임교수와 시간강사 수도 1998년에는 4만194명과 4만154명으로 비율이 반반이었으나 2002년에는 전임 교원이 4만418명, 시간강사 5만1225명으로 46.2대 53.8로 시간강사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한 서울대 시간강사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했다. 시간강사들의 학문적 노력과 대학 교육에서의 기여도를 따진다면 지금 대부분의 대학은 시간강사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강사의 능력과 관계없이 대학이 시간강사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학생 지도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대학 당국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인건비를 문제삼아 전임교원 채용을 외면한 채 겸임교수.초빙교수 등 제도를 악용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또 다른 공범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오늘날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국내에서 또는 해외에서 십수년간 공부한 노력에 비해 사회적으로 결코 대접받고 있지도 않으며, 신분이 보장돼 있지도 않다. 서글프게도 그저 '빛좋은 개살구' 신세로 살고 있는 것이 한국 교수들의 현주소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정보처리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