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63) 대전 대덕 한나라당 정용기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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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후 한나라당을 주도할 세력은 좀 더 도덕적인 사람들이 주축을 이룰 겁니다. 이들이 앞으로 한나라당을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구세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지금의 개혁세력과는 다를 거예요.”

대전 대덕단지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정용기(42) 지구당위원장은 “한나라당이 폐허처럼 철저히 부숴져야 앞으로 제대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번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이 말 그대로 환골탈태하기를 희망했다.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비록 정치 신인이지만 경선을 하더라도 깨끗한 사람들과 겨루고 싶다고 말했다.

“원칙과 철학이 있는 정치를 해야죠. 우리나라가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지 못하는 있는 건 어떤 면에선, 상식과 믿음이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당적을 수시로 바꾸고, 정책이 혼란스러운데 누가 정상적인 방식으로 살고 싶겠습니까?”

정 위원장은 민자당 공채 1기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았다. 96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정계에 입문한 뒤로는 자신의 이념과 평소의 신념이 그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지근 거리에서 이 전 총재를 보좌했다고 말했다. 의원 시절의 이 전 총재 비서관, 서울 송파갑 보궐선거 당시 지구당 조직관리 책임자, 두 번의 대선 당시 이회창 대통령 후보 보좌관을 지낸 그는 “많은 정치인들을 겪어 봤지만 이 전 총재만큼 자기 관리가 엄격하고 스스로에게 냉정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용기 위원장은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기를 즐긴다고 했다. 토론이야말로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활동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토론 동아리 ‘아프락사스’에서 활동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그는 요즘도 틈틈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토론회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는다. “토론을 하면 스스로 겸허해 진다”는 그는 등원을 하면 더 열심히 사람들과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brave supporters (대학생 지지자 모임)회원들과 토론하는 정 위원장(오른쪽)

한편 최근 당내에서 불거진 ‘이회창 책임론’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진정 당을 아끼고, 당이 변화되기를 바란다면 공동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고 자기 개혁을 이루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현대 정치는 대의정치일 수밖에 없는 데도 ‘참여’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를 ‘최고의 선’인양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접 민주주의가 이상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합니까? 고대 희랍 시절부터 직접 민주주의는 많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인들을 찾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실현해 왔습니다. 저는 진정한 민주주의란 완전한 목표와 이상을 향해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는 절차적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선 이 정부의 공약인 데도 계속 흐지부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충청권 최대의 현안인 ‘행정수도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려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대전 출신인 정 위원장은 경찰대 1기생이다. 재학 시절 경찰 개혁과 사회 민주화에 관심이 많아 토론 동아리를 만들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 그 무렵 학내 이슈가 된 ‘경찰 개혁 방안’을 주제로 한 활동이 국보법에 걸렸다. 이 문제로 경찰대에서 퇴교 당한 그는 연세대 정외과에 들어갔다. 그는 경찰대 시절 자신이 한 활동에 대해 “옳다고 생각한 일이었기에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옳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 정치의 벽에 부닥칠 때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쟁취를 위한 가두 행진 도중 시민과 악수를 나누는 정 위원장(왼쪽).

“진정한 용기란 할 일은 반드시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절대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제가 한 일을, 만일 그 때 하지 않았다면 그거야말로 비겁한 거죠. 그런 정신으로 저의 지역과 나라를 위해 옳다고 믿는 일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해 낼 생각입니다.”

국회에 진출하면 그는 교육과 여성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유력한 경쟁자로는 자민련의 오희중 후보, 열린우리당의 김원웅 후보를 들었다.

“두 분 모두 오랫동안 이 곳에서 정치활동을 했고, 나름의 인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지역 인맥의 부정적인 면을 쇄신할 필요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는 낡고 부패한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지역·연고를 따지지 않고 젊고 참신한 정치인에게 표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구인 대덕에 대해선 대전의 다섯 구 중 가장 낙후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4·15 총선과 6·10 구청장 보선에서 승리하면 한시적으로 ‘대덕발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과 나라를 위해 할 일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하고, 부정·불의·부패·돈 정치·철새 정치 등 해서는 안 될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겠습니다. 제 이름 그대로 정말 용기있는 정치인 ‘정용기’가 되겠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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