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아픔을 치료하는 ‘스마일 워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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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정의를 보면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되어 있다. 즉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로 한정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인 균형을 일컫는 개념인 것이다.
이러한 건강의 리듬을 웃음으로 조절하고 치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직업은 웃음컨설턴트(laughter therapist). 웃음으로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이들이 요즘 걷기 삼매경에 빠져 서울거리 한복판에서 웃음 치료의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

2008년 1월에도 변함없이 청계광장에 모인 사람들. 스무 명 가량의 웃음치료사들과 열 명 남짓 되는 여러 환자들 및 일반인들이 길거리에서 ‘박장대소 퍼레이드’를 펼쳤다. 웃음 치료사들은 길거리를 무대삼아 유행가를 부르며 창작율동을 선보여 웃음을 유도한다. 이에 질세라 참가자들 역시 장난기 가득한 퍼포먼스로 도보 행렬에 웃음꽃을 터뜨린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풀리면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몸 풀기 율동. 걷기 이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준비 자세다.

이날의 과제는 청계천의 다리들을 지나며 쉬지 않고 웃는 것. 처음으로 지나는 ‘모전교’에서 마무리 행사장이 있는 ‘황학교’까지 17개의 다리를 지날 때 마다 참가자들은 배를 움켜쥐며 웃어야 한다. 처음 참가하는 사람에겐 다소 낯설어 보일 수도 있는 진풍경. 하지만 190여회를 참석해온 참가자들에겐 익숙하고 즐거운 일이다. 웃는 와중에도 길 위의 행인들과 덕담을 나누는 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 웃는 낯에 그 누가 침 뱉으랴.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해피바이러스의 여운이 길 위로 넘쳐난다.

약 2시간정도 걷고 난 후 베테랑 치료사들이 솜씨를 발휘해 레크리에이션 및 작은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초대된 전문가는 웃음 치료사가 아닌 걷기 마니아. 2007년 11월 서울국제걷기대회에서 ‘웃음치료사협회’와 ‘스마일워킹’으로 인연을 맺은 한국걷기연맹의 회원이 올바른 걷기에 대한 단상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 우울증이나 암 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하는 환자들에게 희망과 상쾌함을 안겨준 하루. 웃음 치료사들은 다시 한 번 웃기의 숨은 힘을 정리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웃음 치료사(laughter therapist)가 들려준 ‘웃음의 위력’

- 뇌는 웃는 시늉만 해도 실제로 웃는 것과 비슷한 생리 작용을 보이므로 무표정으로 있는 것보다 억지로라도 웃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
-입 꼬리가 쳐졌을 때와 입 꼬리를 올렸을 때 근육 상태를 측정해보면 전자는 수치가 약하고 후자는 강하다. 즉 자주 웃으면 얼굴 골격이 바뀌어 관상이 좋아진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동반한 웃음 수련은 생활의 분위기를 크게 바꿔준다. 식사를 하기 전에나 모임이 있을 때 한바탕 웃고 시작해보자. 느껴지는 기운이 다를 것이다.
-웃기 전에 입과 턱을 움직여 얼굴 근육을 풀어준 후 다시 입을 꾹 다물어 입 꼬리만 살짝 올려 10까지 세어보자. 가슴에서 머리로 편안한 느낌이 확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온몸이 흔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웃어본다. 이렇게 연습하면 처음에는 얼굴만 웃지만 나중에는 가슴, 배꼽, 발가락까지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가 온몸으로 웃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초보자는 20초간 웃는 것을 목표로 해서 웃음 수련이 익숙해지면 차츰 시간을 늘려간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되면 3~5분간 본격적으로 웃음 수련을 해보자. 몸에 열이 나고, 땀이 나면서 뇌가 시원해지고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월 ‘스마일 워킹’ 일정.
일시: 2008.2.10(일) 오전 10시~12시
장소: 시청역 5번 출구 서울광장
코스: 서울광장~청계광장~두물다리~청계천문화관~고산자교(약 6Km)
진행: 웃음 치료사들 모임 (http://cafe.daum.net/fuhaha37)

객원기자 설은영 skrn77@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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