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봉사활동 3인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국제어린이 양육기구인 컴패션의 후원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아프리카의 어린이.

암에 걸린 소녀를 15년 넘게 도와온 한 부부에게 아주 ‘진중한’ 사람이 “그래봐야 당신들, 한 소녀만 도와줄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답변은 금방 돌아왔다. “당신도 한 사람을 도우세요. 그럼 벌써 둘이잖아요.” -『행복한 기부』(토마스 람게 지음).
'생활 속 나눔'을 실천하는 3인에게서 봉사와 기부의 의미를 들었다.


'20년 근속 봉사' 배우 정애리
"연예인 봉사 파급효과는 상상이상"

“처음엔 봉사활동을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 싫었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굳이 티를 낼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8년 정도 지난 후 고심끝에 언론에 공개했죠. 그 날, 잠자리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끊임없이 전화가 왔어요." 
12년 전인 당시 어떻게 하면 도움의 손길을 보탤 수 있는지를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물어보았다고 한다. 봉사는 하고 싶지만 막상 방법을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날 공개가 기폭제가 돼 주었다는 것. 자신의 봉사가 다른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것을 체감하고부터 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드라마 촬영차 들렀던 성로원. 고아원인 그곳에서 시작한 봉사가 올들어 배우 정애리에게 ‘20년 근속 봉사자’라는 칭호를 안겨 주었다.
최근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이 선행을 드러내는 추세에 대해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이미지 메이킹이니 어쩌니…. 말들이 많아요. 저도 한때 ‘정치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죠. 이미지 메이킹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한번 두번 하다가 진심이 돼 훗날 수십 년 봉사의 길을 걸을 수도 있는거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색안경을 쓰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그녀의 봉사활동은 국내외의 경계가 없다.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결연을 맺은 해외 오지 어린이 12명을 후원하고 있다. 한 달에 2만원 정도를 보내 공부를 시키고 필요로 하는 물품도 지원한다. 아이들이 보내오는 편지와 사진을 받아 보는 것이 그녀에겐 또 다른 보람이다. 기아돕기, 연탄 나눔, 도시락 나눔, 고아 돌보기, 에이즈 아동 돕기 등 참여하는 봉사 분야도 다양하다.
“봉사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지속적으로 하느냐’는 것입니다. 태안 방제 봉사 현장을 통해 우리가 한뜻으로 모였을 때 뿜어내는 파워는 이미 확인했죠. 이 폭발적인 사랑의 힘이 일회성이 되지 말아야 진정한 봉사의 꽃이 피어납니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야죠.”

‘초보 봉사자’들을 위해 그녀는 “내려놔야 할 욕심은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낙후된 봉사기관이나 시설과 마주하게 되면, 처음부터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 고쳐보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스스로를 지치게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진심을 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면서 “사랑이 없는 봉사라면 차라리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런 봉사는 노동일 뿐이기 때문이다.
“때론 몸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봉사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죠.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건 사랑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고되고 후회스럽다면 그것은 노동이에요. 그럴 땐 잠시 쉬어주는 게 오히려 나아요.”
봉사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커진 것은 보너스라고 그녀는 귀띔했다. 또 바닷물이 썩지 않고 수 많은 생명체를 담아내는 것이 0.4%의 소금의 힘인 것처럼 나눔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봉사를 하면 우울증도 안 걸린대요. 우울증을 상담하면 봉사활동을 치료제로 처방하기도 한답니다. 봉사활동에 나서보면 우울할 틈이 없거든요. 그리고 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지 않나요? 비결은 바로 사랑을 나누는 봉사랍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문의 : 월드비전 / 02-2078-7000 / www.worldvisi on.or.kr
프리미엄 심준희 기자 junes@joongang.co.kr


'아름드리 기금' 기부 서대원 광운대 석좌교수
"나누는 삶은 아버지의 유산"

“평생 교육자로 사신 아버님의 유산입니다.”
광운대 서대원(58) 석좌교수는 4년째 운용 중인 ‘아름드리 기금’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서 교수의 부친은 2003년 9월 세상을 떠난 서장석 전 서울교대 학장. 20여 년간 경기고 평교사와 교장 등 교육현장을 지킨 분이다.
“아버님 장례식에 많은 분들이 다녀갔어요. 감사했죠. ‘조의금을 아버님 뜻을 기리는 데 썼으면 좋겠다’는 어머님의 제안에 형제(4남 1녀) 모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유족들은 조의금에 돈을 보태 1억원을 만들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이홍구 전 국무총리,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 등 선친의 제자들이 나서서 1억원을 더 모았다. 감사의 표시로 유족들이 다시 1억원을 보탰다. 아름다운재단이 ‘아름드리 기금’이란 이름으로 관리를 시작하면서 일반인에게도 공개돼 현재까지 147명이 기부자로 참여했다. 3년 전부터 기금이 본격 운용되면서 15명의 저소득 가정 청소년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기금 운용을 맡은 고문단(기금위원장 이 전 총리)과 장학생간 멘토링 사업도 시작됐다.

서 교수는 “마음은 있어도 선뜻 손을 대지 못했던 일인데 아버님이 계기를 만들어 주셨다”며 “기금 모금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를 통해 우리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의 : 아름다운재단 / 02-730-1235(내선 244) / www.beautifulfund.org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1대1 국제아동결연' 사진작가 허호
"한 아이의 희망을 키웁니다"

사진작가 허호(54)씨. 그는 3년 전 새 가족이 생겼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한 가지를 결심하자 생면부지의 아이가 자신의 딸이 됐다. 1대1 국제아동결연이 빚어낸 마술이다. 한 아이를 한 달간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는 비용이 3만 5000원. 아이는 그 돈을 통해 안정된 일상과 교육으로 희망을 키운다.
“한 순간의 동정심이나 연민으로 돈을 기부하곤 잊어버리는 일이 아니예요. 10년간 관계를 맺고 제 2의 부모-자식의 끈을 이어가는 거죠. 아이는 3개월에 한 번씩 먼 나라의 제게 편지를 쓰고 저 역시 답장이나 사진을 보내 안부를 전합니다.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도 일 년에 한 번씩 지역단체를 통해 듣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만나러 가기도 하죠.”

허 작가에게 1대1 국제아동결연의 기회를 마련해 준 곳은 컴패션(compa-ssion)이란 이름의 NGO(비정부기구)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1952년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만들어진 이 기구는 지난 1993년까지 우리나라 어린이를 후원했다. 14년 전까지 수혜국이었던 한국은 4년 전부터는 후원국으로 바뀌었다.
주로 상업사진을 찍던 그는 이 결연을 계기로 다큐멘터리 사진에도 애정을 갖게 됐다. 자선 사진전을 통해 나눔의 폭도 넓힌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충분히 나눌 것은 있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그것이 사진입니다.”
문의: 한국컴패션 / 02-743-3550 / www.compassion.or.kr
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song@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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