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Well-being] '디카' 넌 먹고 싶니 난 찍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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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진희씨는 음식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한다. 지난해 해외 출장 길에 디지털 카메라를 산 뒤론 더욱 열심이다. 쇼핑을 하다가 특이한 식재료를 발견하거나 맛있는 반찬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찰칵"이다. 레스토랑에 가서도 음식이 나오면 칼과 포크보다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들이댄다. 주말이면 손수 만든 음식도 찍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갖고 다니기 쉬운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씨처럼 음식 사진을 즐겨 찍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상 기술의 발달로 자동으로 놓고 셔터만 누르면 제법 그럴 듯한 사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뜻하지 않은 졸작으로 울상을 짓는 경우가 있다.

이씨도 마찬가지다. 몇 번을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중앙일보 week&'으로 날아온 이씨의 하소연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전문 사진 작가인 '스튜디오 416'의 박태신 실장을 만나 '디카로 음식사진 맛있게 찍기'를 알아봤다.

식탁에서 보는 모습이 으뜸=음식의 사진은 음식이 놓인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서 보는 높이와 각도가 제일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앵글을 벗어날 때는 표현하고자 하는 이유가 분명할 때다. 예를 들어 접시 바닥에 깔린 듯한 수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앵글로, 한껏 쌓아올린 샐러드는 음식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앵글로 찍어야 특징이 살아난다.

플래시는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게 좋다.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조정할 줄 모르면 자동으로 세팅한 뒤 플래시가 터지지 않도록 조정해두면 실내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보다는 밝은 창가나 그늘에서 자연광을 이용해 음식을 찍으면 부드러운 느낌의 사진이 된다.

커다란 흰 접시나 반짝이는 그릇에 담긴 음식은 반사광을 주의해야 한다. 반사광이 사진을 뿌옇게 만들 수 있으므로 카메라 위치와 각도를 신경써서 촬영한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조금 작은 게 좋다. 전체적인 조화를 볼 땐 큰 그릇이 좋을지 모르지만 음식이 너무 작으면 음식을 강조하는 힘이 약하다.

불가피하게 큰 그릇을 쓴다면 빈 공간을 유리잔.냅킨.포크.나이프 등으로 단조로움을 없애주는 것도 방법이다.

삼각대 갖추고 멀리서 촬영=음식 사진은 가까운 거리에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촬영 거리가 가까우면 작은 떨림에도 사진이 쉽게 흔들린다. 이럴 땐 삼각대를 쓰는 게 좋은데 만일 없다면 팔을 괴거나 테이블 같은 곳에 카메라를 놓고 찍는다. 렌즈의 광각(넓게 보이는 것)기능은 볼록 거울에 비친 것처럼 왜곡된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망원 렌즈는 먼 거리에서도 배경보다 피사체에 집중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음식 사진은 광각보다 망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사진의 왜곡을 막는 데 유리하다.

디카의 기능을 잘 살펴보면 색온도 조정 기능이 있다. 화이트 밸런스(white balance)인데 이것을 잘 활용하면 음식에 차가운 느낌과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자동 세팅된 경우가 많지만 주변 환경에 맞춰 적절히 변화를 주면 훨씬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텅스텐 조명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에서 화이트 밸런스 기능을 자연광으로 세팅해 찍으면 따뜻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이때 플래시를 터뜨리면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근접촬영 거리부터 파악=음식을 가까이 찍으면 초점이 안 맞거나 너무 밝게 찍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디카의 성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렌즈의 특성상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는 거리는 한정돼 있다.

이 거리보다 더 가까이 접근해 초점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플래시 역시 일정한 거리에 맞춰져 있는데 이보다 가까이에서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이 너무 밝아진 것이다. 카메라마다 근접 촬영 거리가 다르므로 자기 카메라의 거리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유지상 기자

사진제공='스튜디오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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