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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조업 경쟁력 엔高가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요즘들어 미국 제조업자의 표정이 활짝 밝아졌다.일본에 대해 여전히 큰 적자를 내고 있지만 미국 제조업은 일본보다 경쟁력이우위라고 자평(自評)하면서 자신감에 차있다.
실제 상품의 수출가격.시장점유율등 각종 지표상으로 미국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조짐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美기업의 합리화,경기 회복보다는 「엔高와 달러低」등의 환율 덕분이란 분석이 최근 일본의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에 의해 제기됐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환율 변동을 미국경쟁력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뒤 『低달러로 미국상품값이 싸져도 수출물량은 늘지 않아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이는 일본 시장의 폐쇄성을보여주는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무라연구소 분석의 요지.
90년대들어 이제껏 뒤져온 미국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이 일본에 다시 앞선다는 이야기가 분분하다.
지난해 일본경제신문 조사는 이런 분위기를 나타내준다.이 조사에서 미국경영자의 64.5%는 미국기업이 일본기업보다 국제경쟁력이 강하다고 밝혔다.반면 일본경영자는 5년전보다 일본기업의 우위가 축소되고 있다거나(38.5%) 현재 미국기 업보다 경쟁력이 약화되었다(39.6%)고 진단했다.
미국기업의 노동비용 경쟁력은 일본기업에 비해 80년대에는 45.6%,90~94년 3.4분기는 59.9%나 더 개선되었다.
미국기업경쟁력이 개선된 데는 감원등 기업의 합리화가 결정적인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미국기업이 기업의 해외이전과 고용억제 등으로 노동비용을 줄였지만 일본기업도 임금을 억제,서로의 우위가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반면 미국 기업의 경쟁력 우위에서 엔高가 기여한 몫은 80년대는 60.5%,90년이후는 51.2%로 컸다.환율이 경쟁력의성패를 가른 것이다.
이렇게 미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미국의 대일(對日)무역적자는 줄어들 것같지 않다.
이는 무엇보다 수입에 대한 소득 탄력성이 일본인의 경우 0.
23으로 미국인(1.44)보다 낮아 소득이 늘어도 수입품을 잘쓰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엔고에 따라 일본의 미국제품 수입가격이 떨어지지만 물량은늘지 않아 미국의 대일(對日)적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이는일본의 소비자가 가격에 둔감하다거나 일본제품 질이 좋다기보다는수입규제.담합거래와 복잡한 유통기구에서 비롯 된다.
또 거액의 대미(對美)무역흑자를 기록하는 산유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듯 무역불균형문제는 생산요소의 분포차이와산업과 수요구조의 차이에서 생기는 점에서 죄악시할 이유는 없다.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미국이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적자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일본으로서는 시장 효율을 손상시키는 수입장벽을 철폐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노무라연구소의 美.日양국의 무역적자 요인 분석과 대책은 90년 폴 크루그먼 美 스탠퍼드大교수가 저서인 『기대체감의시대』에서 펼친 논리와 거의 같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노무라연구소와 크루그먼 교수 모두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일 가장 최선의 대책으로 재정적자 감소를 지적하고 있으나 이런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책은 정치적으로 시행이 어려운게 미국의 딜레마다. 다만 현재의 엔高 상황은 수입 규제를 없애 일본을 시장 개방으로 유도할수 있는 좋은 기회를 美.日양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노무라연구소는 밝혔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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