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북녘동포>1부연재를 마치며-취재기자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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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알자는『아! 북녘동포』의 제1부「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가 끝났습니다.연재가 계속되는 동안 독자와 각계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였지요.
-특별취재반에는 독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습니다.연재가 언제까지 계속될 예정이냐에서부터 연재내용에 공감한다는 반응,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정보욕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지요.
-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은 시카고 中央日報 이찬삼(李讚三)편집국장의 북한잠행기가 기폭제 역할을 한 측면이 크지요.李국장의 잠행기가 오늘의 북한을 이해하는 큰 틀을 제시하고,이번 기획연재가 골격을 세우고 살을 붙여 완성형의 북한이해를 독자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통일원등 정부기관은 언론사가 방대한 작업을 시도한데 놀랐다는 반응이었지요.국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게된 계기가 될걸로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실무당국자들은『이 연재내용중 정부가 알고 있는 정보도 있지만 일부 새로운 사실도 있었다』며『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주제 하나하나를 짚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된다』고 하더군요.
-정부의 유관 정책실무자들,학계연구자들,기업의 대북(對北)부서들이 신문을 복사해 정책.연구.기획의 참고자료로 삼고 있다고해서 더욱 책임을 느끼게 됐지요.
-정부 일각에서 귀순자증언의 분석을 해오고 있지만 中央日報가생생한 얘기를 끌어낸 데는 놀랐다는 후문입니다.특히 지금까지 북한의 권력동향이나 군사력에 주안점을 둔 연구및 보도태도에서 벗어나 주민 생활중심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평가가 많습니다.
-『아! 북녘동포』는 분단 50주년을 맞아 우리의 반쪽 북녘동포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통일에 대비할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에서 기획이 됐지요.마침 김일성 사망이 겹쳐 김일성없는북한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층적 연구 가 필요했습니다. -80년대 중반이후 탈북(脫北)한 귀순자 1백여명을 직접만나보자는 기획은 바로 주민생활 차원에서 북한의 현상황을 파악해 보자는데서 출발한 것입니다.
-기획준비과정에서 우리의 북한연구가 너무 단편적이고 권력구조와 군사력등에 편향돼 있는데 전문가로서도 놀랐습니다.이렇게 저쪽의 실정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통일운운 할 수 있는가 부끄러움을 느꼈지요.
-그래서 우리는 북한을 알 수 있는 1차적 정보원으로서 귀순자들을 선택한 것입니다.기존의 모든 정보를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차원에서 문항을 세밀하게 선정했지요.큰 문항만2백여개 선정해 출생에서 귀순하기까지의 인생역정 을 하나하나 뒤지자는 것이었지요.
-그것도 최근 넘어온 귀순자들을 목표로 설정했지요.그래야 그들이 보다 생생한 최근의 현실을 증언할 것이란 의도에서였습니다. -막상 이런 작업을 해놓고 귀순자들을 한분 한분 면접 조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지요.우여곡절 끝에 귀순자들을 이틀간 꼬박 면담하게 되니까 생업이나 학업을 가진 귀순자들에게 여간 부담을 준게 아닙니다.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귀순자들에게 저쪽 생활을 다시 말하게함으로써 그들의 상처를 거듭 드러내게 하고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한 일면도 있습니다.그래서 일부 귀순자들은 가명으로 처리했지만 그런 점은 귀순자들에게 거듭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엔 이 기획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요.귀순자 증언에 대한 일반의 사시(斜視)와 몰이해도 있었고 귀순자들이 어느 정도 사실을 증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던 것 아닙니까.
-게다가 그들이 反북한적인 가공정보만 제공할 것이라는 일부의편견 극복도 문제였습니다.
-귀순자들 역시 한국언론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완연했고 피해의식마저 있었습니다.마지못해 인터뷰에 응했다가 취재진과 대화하면서 긴장을 푼 경우가 다수였고 끝까지 심리적 거부감을 표시한 사람도 서너명 있었지요.
-취재진의 기획의도 설명으로 마음의 벽이 어느 정도 허물어진시점에서 귀순자들은 나름의 숱한 체험을 토해냈지요.한마디로 정보의 바다를 보는 듯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신문연재가 나간 이후 자발적으로 취재에 응하겠다고 연락해온귀순자들도 있었지요.
-각자가 겪어온 삶과 주변의 얘기를 하나라도 제대로 설명하려고 애쓴 귀순자들이 많았지요.심지어는 인터뷰때 미처 전하지 못한 부분을 집에서 도표나 메모를 그려 전달해준 귀순자까지 있었습니다. -면담 조사과정에서 취재진도 귀순자들에 대한 인식을 수정하게 됐지요.그들은 분단상황에서「운명적」이라고 표현할 만큼나름의 곡절들을 안고 탈북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결과적으로 그들의 증언이 어느 정도 사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애초의 걱정은 완전한 기우로 판명났지요.초반 10여명을 면접 조사할 때만 해도 일부 증언에 대해『과연 그럴 수 있을까』『어떻게 그런 사회가 기능할 수 있을까』『 명색 사회주의 체제가 이렇지는 않을게 아닌가』라는 등의 의문과 의심을 가졌던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그러나 증언자가 한 20명을 넘어서자 우리 취재진은 더이상 사실과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됐지요.
-왜냐하면 면접 조사한 귀순자 35명의 분포가 연령적으로 계층적으로 지역적으로 직업별로 고르고 다양해 어느 정도 북한사회의 대표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고 증언을 철저히 상호 검색한결과 상당히 객관적이고 보편성있는 사실의 집적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사실의 접근은 현장취재가 1차적이고 그것이 안되면 현장에 근접한 취재원을 적극 발굴해야 하는 것이 순서지요.우리 현실에서 오늘의 북한을 아는데 귀순자들 말고 적임자들이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국민중 상당수가 귀순자들을 당국의 반공논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보기도 했습니다.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정부가귀순자들을 다소 이용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지요.냉전이 남긴 깊은 상처지만 이제 정부와 국민 모두가 반성해볼 대목입니다.
-일부독자들은『우리가 북한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기획을 反통일적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합니다.냉전적 발상에서 귀순자를 동원해 북한의 나쁜 면만 부각시킨다는 지적이지요. -우리가 가장 고심하고 경계하는 대목이 바로 그 점 아닙니까.그렇기 때문에 中央日報는 냉전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부딪치는 권력과 지도체제.군사력등의 문제를 피하고 주민 생활 중심의 현실 그 자체를 정면으로 파고드는데 기획의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統一발상서 출발 -통일을 앞두고 우리 국민이라도저쪽 사정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겠다는지극히 통일적인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아! 북녘동포』의 성과로「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확인한 점을 꼽을 수 있어요.꿈틀거리는 사회내의 역동적인 흐름을 귀순자들의 증언으로 감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현단계에서 북한 내부의 역동적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귀착될지 단언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의 출발은 변화의 방향을 올바로 이해한 바탕위에서 마련돼야 합니다.전문가.당국.언론이 북한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된 것도 이번 기획의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재반은 제2부 이후 사회풍속도,주민들이 겪는 경제의 실태등을 통해 북한사회의 진정한 모습을 그려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탈북 귀순자들을 만나는 면담도 따라서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兪英九,崔相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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