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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권선자 '할머니'의 몸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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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착 달라붙는 사이클복에 스포츠 선글라스를 끼고 산악용 자전거(MTB)에 올라 바람을 가르는 그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드러나는 그녀의 각선미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아저씨들의 시선까지 붙들 정도다.

송파구 국민생활체육협의회 감사 권선자(59.여.사진)씨.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갈 손자를 둔 공식 '할머니'지만 여지껏 한번도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모두 자전거 덕분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지 않고 탄 자전거 덕분에 건강 걱정은 거의 않고 산다.

"지금도 친구들은 저보고 '너 인간 맞냐'고 그래요. 전국에 독감이 유행할 때도 기침 한번 한 적 없으니까요."

권씨가 자전거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어느 날부턴가 속이 안좋기 시작하더니 밥 한 숟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지경이 됐다. 동네 내과에서 내린 진단은 신경성 위궤양. 제대로 먹질 못하니 자연히 건강이 따라주지 못했고 삶의 의욕마저 점점 없어졌다. 몇달간을 집안에만 있다 문득 '약 먹어서 될 일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직장 때문에 경기도 일산에 살던 터라 당장 집 앞 호수공원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권씨의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자전거였다. 한달간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은 끝에 결국 자전거를 타는 데 성공했다.

이후 권씨는 매일 공원에 나가 페달을 밟았다. 하루하루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자전거 충돌 사고로 팔목을 접질려 한달 이상 안정하라는 진단이 나왔을 때도 깁스를 푼 지 닷새 만에 자전거에 올랐다. 병원 의사.가족 모두가 말렸지만 권씨는 막무가내였다.

그러다 5년 전 남편이 은퇴하면서 권씨 부부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다. 권씨는 이삿짐을 풀자마자 주변에 자전거 탈 만한 곳을 찾아 나섰고 송파구 자전거연합회에 가입했다. 정기 모임은 일주일에 세번이었지만 권씨는 이에 상관없이 거의 매일 자전거를 끌고 한강에 나갔다. 날이 추워 자전거를 타기 힘든 한겨울에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자전거에 올랐다.

그 사이 위궤양 증상이 싹 사라졌고 처녀적부터 시달리던 변비까지 모두 해결됐다. 탄탄한 몸매가 유지되면서 미니스커트는 물론 딱 달라붙는 사이클복을 입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15년 전 산 코트를 아직도 입어요. 오히려 약간 헐렁한 느낌이 드는 걸요."

권씨는 최근 불고 있는 '몸짱 열풍'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최근 헬스클럽 등록하는 사람이 폭증했다는데 그냥 한차례 열풍으로만 반짝 끝날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다.

"1973년 이에리사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전국에 탁구 열풍이 불고 재작년 월드컵에서 우리 팀이 4강을 하자 모두들 축구한다 하고, 그러다 얼마 안가 수그러들고…. 운동은 그렇게 유행으로 하는 게 아닌데…."

몸짱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권씨가 생각하는 기준은 단 한가지다. 꾸준한 자기 관리로 노년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진정한 몸짱이란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운동을 찾아 즐기듯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잠실에서 일산까지 왕복 90㎞코스 정도는 가뿐해요. 같이 출발한 젊은 사람들은 힘들다고 다 아우성이죠. 어때요? 이 정도면 내가 진짜 몸짱 아닌가요?"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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