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경주 남산-발길마다 절터.석불.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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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우거진 송림 사이로 뻗어있는 오솔길을 따라 걷노라면 곳곳에 신라의 유적과 유물을 만나는 경주 남산(南山).신라인들이 천년을두고 쓰다듬었던 남산은 그 자체가 신라인들에게 절이요 신앙으로자리했다.
한 구비를 돌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마애불이 맞이하고 골골이 남아있는 수많은 절터와 유적은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그러기에 남산은 문화재를 품고있는 것이 아니라 남산자체가 문화재인 것이다.절기상으로 내일모레면 벌 써 대동강물이풀린다는 우수(雨水).남산에도 벌써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경주사람들은 흔히 『남산을 오르지 않고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수 없다』고들 한다.금오산(468m)과 고위산(494m)의 두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개의 계곡길과 산줄기로 이루어진 남산에는 1백여곳의 절터,60여구의 석불,40여기의 탑이 있다.
이와 함께 남산의 지정문화재로는 보물 13개,사적 12곳,지방유형문화재 9개,중요 민속자료 1개등 곳곳에 유적이 산재해 있다.최근 경주 신라문화원(0561(771)1950)이 제작한 「경주 남산지도」에는 순례길만 70여 개를 잡아놓았을 정도니 비록 산은 낮지만 발길 닿는 곳마다 등산로인 셈이다.
하루 일정으로 남산을 둘러보는 코스로는 삼릉골을 따라 상선암~사선암~금오산~용장사터~신선암~칠불암~통일전으로 이어지는 약9.5㎞ 코스가 일반적이다.늦은 걸음으로도 약 4~5시간정도밖에 안걸린다.더 짧은 코스로는 용장사터에서 바로 용장골을 따라하산하는 길로 약 5.1㎞의 거리며 3시간정도 소요된다.
아달라왕과 신덕왕.경명왕의 능으로 추정되는 세 왕릉(삼릉.사적 제219호)부터 계곡이 시작된다.삼릉을 거쳐 작은 솔숲을 지나면 남산의 바윗길이 시작된다.약 5분을 오르면 상선암과 금오산 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오고 상선암 길로 오르면 목없는 석불좌상을 제일 먼저 만난다.석불좌상 뒤로는 마애관음보살상(지방유형문화재 제19호)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곳을 지나면 붓으로 그림을 그린듯한 마애선각육존불상(지방유형문화재 제21호)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또한 금오산 능선위의 상사암까지 오르는 길목에는 선각여래좌상(지방유형문화재 제159호)석불좌상(보물 제666호)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지방유형문화재 제158호)과 만난다.상사암에서 금오산 정상을 거쳐 남산 횡단도로를 따라 약 6백~7 백m 정도를걷다 보면 용장사터로 빠지는 세거리에 닿는다.
[慶州=金世俊기자] 고위산과 금오산 사이로 흐르는 용장골은 남산의 많은 계곡 중에서도 가장 깊고 크며 맑은 시냇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흐르는 곳이다.매월당 김시습(金時習.1435~1493)에 얽힌 설화가 전해내려오는 용장사에는 바위 위에 삼층석탑 (보물 제186호)이 있다.유홍준(兪弘濬.영남대미대)교수는 「이 탑은 남산 전체를 하층기단으로 삼았다」며 「세계 어느 곳에도 유례가 없는 큰 탑」이라고 말한다.삼층석탑에서 약2백m 아래에는 둥근 형태의 특이한 대좌 위에 몸체만 남은 석불좌상(보물 제187호)이 있다.경사가 가파른 바위산을 내려오면 계곡과 만나게 되며 왼편으로는 칠불암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고 오른편으로 약 1.5㎞를 내려오면 용장마을에 닿는다.이렇듯짧은 산행 속에서 마주치는 유적들을 보노라면 무형의 바위에 혼을 불어넣은 신라인들의 뛰어난 기술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신라의 문화기행은 경주 신라문화원에서 매달 첫째 일요일 실시하며 요금은 교통비와 입장료.점심을 포함해 1만5천원이다.경주현대호텔(02(516)9150,0561(748)2233)에서도향토사학자와 함께 남산 유적답사를 하는 1박2 일과 2박3일의패키지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가격은 각각 13만원과 25만원이다.한편 현대백화점 문화교실(02(513)5502)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1박2일과 2박3일 여정의 남산문화유적답사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요금은 어린이 1인당 각각 5만원과 9만6천원이다 <金世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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