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경영 대개혁의 의미-전문경영인체제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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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우그룹이 고심 끝에 내놓은 「대우 경영대개혁」의 특징은 전문경영인체제의 본격화로 모아진다.
삼성.현대등 일부 대기업그룹들이 소그룹제를 도입하고 주력사업중심으로 계열사 수를 크게 줄인데 비해 대우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회사별 자율.책임경영이란 해법(解法)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 밑에는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회장이 보다 자신있게 주장해온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속화」란 명분이 깔려 있다.金회장은창업주로서 대외적으로 대우를 대표할 뿐 경영전권을 회사별 회장.사장에게 그대로 맡겨두겠다는 것이다.
대우그룹측은 金회장이 이번 인사발표때 대우가족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대우자동차의 전문경영인이 되겠다』고 말한 것과 그룹회장으로 경영에 간섭하던 제도적 틀인 기조실.그룹운영위원회를없앤 것을 전문.자율경영의 시금석(試金石)이라고 의미부여하고 있다. 金회장 자신은 그룹과의 직접적인 거리를 종전보다 멀리 하면서 그룹을 원격경영하겠다는 의사표시인 셈이다.
특히 승진폭을 사상 최대로 단행한 것은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그룹의 분위기 쇄신및 차세대 경영자 양성과 「해외경영」의 인적자원확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축소,소유분산 우량기업집단화,계열사 공개 전면추진,친.
인척 배제 고수등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문제를 제도적으로 더욱 뒷받침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비쳐진다.
소유분산에서 가장 앞선 그룹이 되겠다는 청사진은 특히 주목된다.97년까지 내부지분율을 우량기준인 20%로 낮추고 그때까지14개로 줄인뒤 거의 모든 계열사를 공개하겠다는 것.
이처럼 대우는 다른 그룹들의 조직개편방향과는 달리 독자적이고차별적인 목소리를 내 국민과 정부로부터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무척 고심한 듯하다.
정치시즌이 본격화되면서 金회장의 정치행보와 그룹개편을 묶어서보려는 것도 부담이 돼 이번 인사가 생각보다 보름이상 늦었다.
그러나 그룹안팎에서는 김우중회장이 『계열사 경영을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 말에 대해 어느 정도로 어떻 게 실현할는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투자결정이나 주요 인사사항등에 대해선 여전히 오너인 金회장의 결심을 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다.
成泰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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