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서울 영등포 신길동 삼환아파트의 이모(43·여)씨 가족이 반팔·반바지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 TV와 신문을 보고 있다. 이 집의 실내기온은 겨울철 적정온도인 18~20도를 훨씬 넘는 28도였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지만 습도는 적정 수준인 50%보다 낮은 29%였다. 겨울철 실내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한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18일.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8도까지 떨어졌다. 하루 평균 기온도 영하 4.8도로 추웠다. 이날 서울 시민들은 실내·외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취재팀은 하루 동안 백화점·패스트푸드점·관공서·지하철·버스와 같은 서울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 35곳의 실내온도를 재봤다. 평균 기온은 21.5도였다. 겨울철 적절한 실내온도는 20도다. 그런데 전체의 69%인 24곳이 20도를 초과했다. 일부 시설에서는 바깥보다 무려 30도나 높은 25~26도까지 나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한겨울 실내온도는 7월의 여름처럼 더웠던 것이다.
◆ 바깥은 꽁꽁, 실내는 초여름=김명훈(45·영업사원)씨를 동행 취재하며 그가 머문 곳의 실내·외 온도를 측정했다. 오전 8시. 땀이 날 정도로 더운(27도) 서울 신길동 아파트를 나온 김씨는 귓불이 떨어질 것 같은 칼추위를 느낄 겨를도 없이 아내가 태워주는 차로 7호선 보라매역에 도착했다. 출근시간 승객이 몰리면서 지하철 객차 안은 25도까지 올라갔다. 두터운 외투가 거추장스러웠다. 승객들 틈바구니에 끼여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갈아타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식당·카페도 대부분 20도를 웃돌았다.
오후 3시 15분. 분당에서 일을 마친 김씨는 서울 광화문까지 직행버스를 탔다. 한남대교를 지날 때 온도계 눈금이 26.3도를 가리켰다. 퇴근길 1호선 전철과 마을버스 안도 25도를 웃돌아 후텁지근했다.
24시간 동안 김씨가 거쳐 가거나 머문 곳의 평균 온도는 23.4도였다. 바깥 기온과는 30도 가까이 차이가 났다. 대중교통 수단을 포함해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냈고, 실외 활동은 1시간 남짓했다. 23.4도는 서울 지역 6월 하순~7월 중순의 평년(1971~2000년 평균) 기온이다.
종로 패스트푸드점 세 곳의 온도는 21.4~23.6도였다. 패스트푸드점 직원 이지은(23·여)씨는 얇은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열기가 많이 나는 부엌에도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덥다”며 “반팔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 대부분의 여성 손님이 외투를 벗고 가벼운 반팔이나 셔츠 차림으로 쇼핑하고 있었다. 실내온도는 26도. 김모(38·주부)씨는 “백화점에 올 때마다 더위를 느껴 속에 반팔을 입고 온다”고 했다. 매장 종업원은 “여름에는 냉방이 너무 세 옷을 껴입고, 겨울에는 더워서 옷을 벗는 진풍경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 에너지 낭비 줄이자=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실내·외 온도 차가 너무 크면 몸에 부담이 생기고 감기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특히 겨울철 실내온도가 올라가면 공기가 건조해져 가려움증이나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옷을 두껍게 입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18~20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겨울철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잡고 있다. 미국은 18.3도, 영국·프랑스 19도 이하, 일본은 20도 이하가 권장 온도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최형규 홍콩특파원, 김동호 도쿄특파원, 최지영(국제부문) 김영훈(경제부문)·선승혜(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