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마을에 연기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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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을에 연기나네’-이시영(1949~ )

 부탄의 한 산골마을 외딴집에 아침 연기 오른다
 밤새워 바람의 길을 따라 해발 7천 미터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온 검은목두루미 한 쌍이 그 집앞에 사뿐히 내린다

 날개에 봄 햇살이 찬란하다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어야 저 새들처럼 생활을 저어갈 날개에 힘이 생길 텐데, 오늘 아침도 토스트로 간단히 때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도시 음식이 세련되긴 해도 ‘집밥’에는 미치지 못한다. 저 마을의 아침 연기가 피워내는 정경 속에는 자신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남을 채워주는 사랑이 있기 때문. 어머니는 지금 부엌의 매운 연기 속에서 아침밥을 짓고 계시겠지.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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