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託兒이사 늘어-친정집등 친척사는 동네로 옮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탁아이사」가 늘어난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누구에게 아이를 맡기느냐」가 「어디서 사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있는 것이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또는 아이를 돌봐줄수 있는 친척이 사는동네로 이사를 가는게 일반화돼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자녀보육때문에 아예 이사를 가지않는 현상이 나타난다.이에따라 집값보다 전세값 상승폭이 큰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실태=관광여행사 씨에프랑스 직원 李정임(34.여)씨는 지난달 친정어머니가 사는 서울양천구목동아파트 단지로 이사했다.
업무때문에 해외출장이 잦은터라 국교1년생 아들(8)을 제대로돌보지 못해 아이를 맘놓고 맡길수 있는 친정옆으로 간 것이다.
맞벌이인 대우증권 대리 강원국(姜元國.33)씨 부부도 첫아이를 낳은뒤 서울은평구갈현동 집을 팔고 처가가 있는 과천으로 전세이사를 했다.
姜씨부부는 매달 일정액의「탁아비」를 내고 지난해 가을에는 장인.장모에게 2박3일간 제주도 효도관광을 선물했다.
잠실에서 부인이 액세서리업을 하는 張모(31.회사원)씨는 지난해 아이가 돌이 지난뒤 처가가 있는 일산으로 이사갔다.
친척에게 맡길 형편이 못될 경우 「아이를 마음놓고 맡길 보육시설이 있는지」가 가장 먼저 고려되고 반대로 아이때문에 이사를가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서울노원구상계동 金모(34.교사)씨는 일산 신도시에 아파트가당첨됐지만 새집 주변에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어 이사를 가지 못한채 새집을 전세 놨다.
서울노원구상계동 신나라 놀이방 원장 계선민(桂仙旼.29.여)씨는『해가 갈수록 맞벌이 부모가 늘어가는 추세며 새로운 곳에 이사를 가면 아이들이 적응을 못할까봐 그냥 눌러앉고 사는 경우도 많다』며 『탁아문제가 거주조건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아이들의 유치원.국민학교방학시기에 맞춰 이사가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집값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세값이 강세를 유지하는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문제점=노동부 부녀소년과에 따르면 91년 51만3천명이던 기혼여성 근로자(맞벌이)는 92년 55만8천명,93년 59만6천명으로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 통계는 상시근로자 5인이상 사업장만을 표본조사한 추정치이며 실제로 맞벌이 부부가 1백만명을 훨씬 넘을 것이라는게 부녀소년과 朴에스더(32)씨의 말이다.
이에비해 95년1월말 현재 국내 보육시설은 놀이방 2천7백16개를 포함,6천5백95개 22만명만을 수용할수 있어 80만명정도의 아이들은 개인탁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10월 3개년 계획에 착수해 97년까지 1조3천억원을 투자,보육시설을 1만4천개로 확충하고 현재의 3배인 62만명을 보육할수 있는 시설을 갖출 계획이지만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는 추세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 이다.
〈金東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