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학문,유럽대학보다 美대학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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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대학과 유럽대학 중 어느쪽이 경쟁력이 강할까.세계경제 성장의 엔진이라는 東아시아출신 유학생들의 숫자만 놓고 보면 단연미국이 앞선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루이기 보코니大 코라도 레타 교수에 따르면89년 현재 유럽 주요 나라에 유학중인 동아시아학생들은 3만5천명이 채 안 되나 이 지역에서 미국에 유학중인 학생들은 15만명에 육박한다.무려 4.3배.특히 성장잠재력이 큰 중국과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미국유학생의 숫자가 각각 9.5,8.7배나 된다.한국은 3.5배,대만을제외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경우도 2.6배로 미국유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영국 이코노미스트誌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소개하면서 이런 현상은 언어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이 지역 유학생들은 영어로 배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유럽에 영국유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출신국과 유학대상국 과의 관계 정도도 한 요인.
그러나 가장 명백한 요인은 주로 경영학.공학.컴퓨터 관련 학문 같은 응용학문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이 지역 유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미국대학의 교육내용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舊대륙 유럽의 문화.교육.삶의 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유럽인들로선 이런 현상이 미국대학보다 유럽대학이 열등하다는 사실을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할 것이다.미국대학은 단지 아시아계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을 뿐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의 함축은 그러나 간단치 않다.과학과 비즈니스가 갈수록 국제화.세계화하는 오늘날 유럽대학의 아시아계 유학생수가 미국대학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유럽국들로선 예삿일이 아니다. 아시아계 유학생들은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 다음 세대에 정부와 업계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인재들이다.93년 이미 이들을 배출한 아시아국들은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대한 수출의 1.4~2.3배를 미국에 수출했다.이들 아시아출신 유학 생들이투자 및 무역대상국으로 어느 나라를 꼽을까.한 나라의 무역동향이 그 나라 인사들의 유학대상국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더욱이 미국과 유럽이 아시아계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 미국보다 유럽에 이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적다면 유럽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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