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으로 효율 높게 사회공헌도 ‘구글답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세운 자선사업단체인 구글닷오알지(Google.org)가 17일(현지시간) 향후 수년간 집중 지원할 5대 사회공헌 과제를 선정, 발표했다. ▶저렴한 대체에너지의 개발 ▶ 전기 겸용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용화 ▶질병·재난의 조기 경보 및 예방 시스템 구축 ▶개도국 중소기업 지원 ▶교육·보건위생 등 공공서비스의 개선 등이다. 이는 2006년 설립 당시 이 단체가 정했던 지원 범위를 크게 확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지원액만 7500만 달러(약 707억원) 이상이며, 앞으로 규모를 계속 늘려갈 예정이라고 이 단체는 밝혔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004년 상장 때 “구글 주식의 1%(300만 주)와 연간 수익의 1%를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06년 주식 30만 주(약 9000만 달러어치)를 전환, 구글닷오알지를 설립했고 이번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밝힌 것이다.

 일각에선 시장가치가 2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글의 사회공헌 금액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실망을 표한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310억 달러를 기부한 것을 포함해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그러나 구글닷오알지의 이사인 래리 브릴리언트 박사는 “지원액의 크기가 아니라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으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구글의 부사장 겸 자선사업 총괄담당인 셰릴 샌드버그도 “돈과 시간을 투자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자선사업도 전통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 스타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구글식’ 자선사업이다. 돈뿐 아니라 구글의 최대 자산인 직원들의 시간과 창의적 아이디어, 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지구온난화·질병·빈곤과 싸우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노력도 돋보인다. 아프리카의 빈곤을 추방하는 방법으로 현지 중소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한 것이 한 예다. 또 구글닷오알지가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투자 개념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구글 측은 사회공헌사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정책이 입안되도록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샌드버그 부사장은 “우리가 다른 이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장차 구글닷오알지가 구글 못지않은 영향력을 세상에 발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