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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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야당 순례가 끝났다. 대통합민주신당·민노당·민주당·국민중심당을 방문한 것이다. 짧게 보면 새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안과 앞으로 있을 총리·장관의 국회 심사에 협조를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이명박 정부와 국회의 생산적 관계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민주 헌정체제에서 행정·입법·사법부의 3권분립은 기둥이다. 이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행정부 권력만을 얻은 것이다. 의회권력은 4월 총선에 달려 있다. 사법부는 이미 독립적이다. 헌법재판소만 보더라도 이 당선인이 자신의 사람을 임명하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예를 들어 만약 지금의 헌재가 종합부동산세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면 이명박 정부가 이를 폐지하는 데에는 부담이 따른다. 민주국가의 권력이란 독점적이 아니며 서로 견제 속에 균형을 이루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행정권력이 일을 하려면 독선이나 강압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당선인이 앞으로 야당으로 있을 4개 정당을 방문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당선인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미국만 보더라도 여소야대는 다반사다.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상·하원 의원을 설득하는 것은 대통령의 기본 임무다. 가깝게만 보더라도 레이건·클린턴·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법안을 반대하는 여야 의원을 삼삼오오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화를 나누었다. 대통령이 직접 야당의원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기본이다.

 당선인의 이러한 노력은 눈앞의 현안만을 위한 단기적 계산이 되어서는 안 된다. 4월 총선 결과 한나라당은 과반을, 더 나아가 200석 이상을 얻을 수 있다. 강력한 여대야소다. 그러나 그런 구도가 되어도 당선인의 초심은 변해서는 안 된다. 여대야소가 되든, 야당이 어떤 크기이든 당선인은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모든 야당 의원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 식당에서 국정 현안을 논한다면 행정부-의회 관계는 그만큼 성숙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