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호.문은영 사격 첫夫婦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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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사격계 첫 부부대표선수가 탄생할 것인가.
「공포의 외인구단」제일은행의 「독종」남산호(南山虎.32(右))와 前국가대표 문은영(文恩英.한일은.25(左))이 다음달 5일 화촉을 밝힌다.
이들은 또 다음달 2일부터 태릉사격장에서 열리는 월드컵대표선발평가전에 출전한뒤 곧바로 결혼식만 올린채 2차선발전(8일)에참가,부부동반 대표선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2세의 늦은 나이에 대표선수가 된 남산호는 사격계에서는 알아주는 독종.
『태극마크를 단뒤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자신의 인생을건 사격에서 평생배필마저 얻는 집념(?)을 보여 사격에 대한 열정을 과시(?)했다.
남산호가 대표선수로 발탁되기까지의 인생역정은 눈물겨운 한편의소설을 연상케한다.
전남담양의 가난한 농가출신인 그가 총을 처음 잡은 것은 담양중 1학년때.그는 중3때 전국대회를 휩쓸면서 각광을 받았으나 광주고시절 몹쓸(?)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격계에서 잊혀져갔다.
고3이 되면서「정신이 번쩍」 들었으나 총알은 과녁 을 번번이 빗나갔고 덕분에 상무에서조차 받아주지않아 현역군생활을 하면서 M16소총으로 설움을 달래야했다.
지난 86년 제대했으나 받아주는 팀이 없어 나주에서 홀로 재기를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가까스로 총과 장비는 구했으나 실탄을 구할 수 없어 나주사격장의 관리인으로 취업,오후 6시이후까지 업무를 본 뒤에야 연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발에 1백원씩하는 실탄값조차 만만치않아 하루중 두끼는 라면으로 때워야했다.
결국 그는 6년여에 걸친 무명생활끝에 월드스타 이은철(李垠澈.한국통신),차영철(車榮哲.김포군청)이 버티는 소구경복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93년초 무명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든제일은행에 입단하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초 금융실업단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바르셀로나.밀라노월드컵에 함께 출전한 것이 계기가 돼그의 아내가 될 文은 지난 92년말 대표선수가 됐으나 1년만에탈락,재기를 노리고 있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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